‘한국 기업 사냥터’ 텍사스지방법원 - ③
삼성, LG 등 한국 주요 수출기업이 미국 연방 텍사스 동부지법(EDTX)에서 NPE(Non Practicing Entity, 특허관리전문기업) 등과 진행 중인 특허침해소송에서 가장 많이 선임한 로펌은 글로벌 대형로펌인 ‘피시 앤 리처드슨(Fish & Richardson)’으로 나타났다. ‘최다 선임’ 변호사는 EDTX 관할인 텍사스 마셜의 소형 로펌에 근무하는 특허 전문 변호사였다.
법률신문이 ‘코트링크(CourtLink)’를 통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가 EDTX에서 피소돼 진행 중인 특허침해소송 103건의 대리인단을 전수조사한 결과, 지식재산권(IP) 전문인 미 대형로펌 ‘피시 앤 리처드슨’이 가장 많이 대리인으로 선임된 것으로 나타났다. ‘피시 앤 리처드슨’ 변호사 총 128명(중복 포함)이 세 기업들로부터 선임됐다.
삼성전자는 이 로펌 변호사를 총 102명(중복 포함), LG전자는 총 26명(중복포함)을 선임한 것으로 집계됐다. 1878년 설립된 피시 앤 리처드슨은 현재 텍사스와 뉴욕을 비롯해 독일 뮌헨, 중국 선전 등 전 세계 14곳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글로벌 로펌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간의 배터리 소송전에서 LG에너지솔루션 측을 대리해 승소하며 국내에도 이름이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두 번째로 많이 선임한 로펌은 텍사스 마셜의 특허 전문로펌인 길럼 앤 스미스(Gillam & Smith)이다. 이 로펌 변호사들은 삼성전자로부터 85명, LG전자 10명 등 총 95명(중복 포함)이 선임됐다.
길럼 앤 스미스는 EDTX 마셜지부가 소재한 텍사스 마셜의 소형(변호사 5인 미만) 로펌이다. 이 로펌의 멜리사 리처드 스미스(Melissa Richards Smith) 변호사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장 많이 선임한 변호사로도 집계됐다. 총 67회(삼성전자 59회, LG전자 8회)에 걸쳐 두 기업의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특허 등 IP 소송 전문 변호사로 1997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해 2004년부터 길럼 앤 스미스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이다.
길럼 앤 스미스는 마셜 지역에서 특허소송의 피고가 된 기업의 ‘로컬 카운슬’로서 이 지역을 잘 모르는 의뢰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고 한다. 소형 로펌으로는 유일하게 두 한국 기업의 최다 선임 로펌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가장 큰 이유다.
관할 법원인 EDTX 마셜지구에서만 20년 가까이 운영을 해 온 만큼 이 법원과 지역에 정통한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로드니 길스트랩 수석판사의 사건 심리와 판결 성향 등을 잘 알고 있는 것은 물론 그를 보좌하는 로클럭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소송에서 한국 로펌이나 한국 변호사가 소송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린 사례는 없었다. 텍사스 주 법원에서 진행되는 소송들인 만큼 해당 지역 관할에 소송 대리 자격을 지닌 미국 로펌과 변호사만 선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로펌들은 대리인단에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물밑에서 한국 기업 측을 조력하며 사건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원에서 직접 특허소송에 참여한 경험이 있거나 특허변호사(patent lawyer) 자격이 있는 미국변호사들이 한국 로펌에서 한국 기업과 한국 변호사들에게 미국 고유의 소송 절차와 제도를 설명하며 ‘다리’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한국 변호사 자격을 가진 변호사들은 미국 법원에 한국 기업 측의 기술 문서 등 주요 증거를 분석해 제출하거나 한국인 증인이 미 법정에 출석해 증언해야 할 때 주로 조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승호 전 삼성전자 부사장이 NPE 스테이튼 테키야와 함께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에서 미 법원이 한국 검찰의 수사 기록을 증거로 인정했는데, 한국 로펌이 삼성전자의 증거 수집과 분석 등에 협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한 중견 로펌의 대표는 “텍사스 법원에서 한국 수출 기업들의 특허소송이 대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만큼 한국 변호사들도 이 지역에서 특허변호사(Patent Lawyer) 자격을 취득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윤지, 이순규, 안현, 이진영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