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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천자]앤 래드클리프가 쓴 ‘우돌포성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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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앤 래드클리프는 초자연적 현상으로 보이는 사건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며 풀어내는 방식을 도입한 영국 고딕소설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오늘 소개하는 문장은 그의 대표작인 <우돌포성의 비밀>(1794)에서 에밀리 생오베르가 맞닥뜨릴 수많은 미스터리한 일 가운데 하나를 처음 겪기 직전의 장면이다. 산책은 종종 일상생활을 벗어나 에덴과 같은 축복을 맛보는 일이 되지만, 때로는 탐험처럼 두렵고 초자연적인 장소에 쉽게 발을 내딛게 하기도 한다. 글자 수 1031자.
[하루천자]앤 래드클리프가 쓴 ‘우돌포성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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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에밀리는 자연 속을 헤매는 것을 즐겼다. 그녀에게 가장 큰 기쁨을 준 것은 밝고 부드러운 풍경은 아니었다. 그녀는 산 아래 있는 야성적인 숲길이 더 좋았다. 그보다 더 좋은 것은 산속 후미진 곳에 있는 은신처였다. 그곳에 있으면 신성한 경외심이 일어 하늘의 신과 대지의 신을 찬양하게 되었다. 그녀는 종종 서쪽 하늘에서 마지막 한 줄기 빛이 사라질 때까지, 저녁의 고요를 뚫고 양을 부르는 종소리와 멀리 경비견의 짖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혼자 이 은신처에서 우울함의 매력에 사로잡혀 머무적대곤 했다. 이어 숲이 어두워지고 가끔씩 미풍에 나뭇잎이 흔들리고 황혼 속으로 박쥐는 날아가고 오두막 불빛이 깜박였다. 이런 환경에서 그녀의 정신은 활발해지고 시에 대한 열정이 되살아났다.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산책로는 생오베르 소유의 작은 낚시터 집으로 난 길이었다. 그 집은 피레네산맥으로 내려가는 계곡의 강가, 돌 사이로 물결이 치다가 조용히 산맥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지는 강가에 있는 숲속 빈터에 자리 잡고 있었다. 이 빈터에 도착하기 전 오솔길을 걷다 보면 숲 위로 당당하게 높이 솟은 피레네산맥의 정상이 보였다. 때로는 야생 관목에 뒤덮인 비바람에 닳은 바위와 절벽 끝에 자리 잡은 양치기의 오두막이 보였다. 짙은 색 사이프러스 나무 아래 있는 오두막 굴뚝에서는 가끔 연기가 나오기도 했다. 오솔길을 따라 숲속 깊이 들어서면 멀리까지 풍경이 보였다. 가스코뉴의 풍요로운 목초지와 포도밭은 평지 쪽으로 경사져 있었다. 거기 구불구불한 가론강 기슭에 관목과 촌락과 별장들이 있었다. 멀리서 보면 이것들의 부드러운 윤곽이 녹아버려 조화롭고 풍부한 하나의 색으로 보였다.


이곳은 생오베르가 가장 사랑하는 휴양지였다. 그 역시 정오의 열기를 피해 책을 들고 아내와 딸과 함께 자주 이곳에 왔다. 또는 달콤한 저녁 시간에 이곳에 와 고요한 황혼을 맞이하거나 나이팅게일의 음악을 들었다. 때로는 자기 악기를 가져와 부드러운 오보에 소리가 숲에 메아리치기도 했다. 그리고 종종 떨리는 에밀리의 노랫소리가 강위로 퍼지면 물결 소리조차 달콤하게 들렸다.



-<걷기의 즐거움>, 수지 크립스 엮음, 윤교찬·조애리 옮김, 인플루엔셜, 1만6800원

[하루천자]앤 래드클리프가 쓴 ‘우돌포성의 비밀’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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