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반도체 만들면 해외에 팔지도 못해"
"기업까지 갈라치기 하나, 책임의식 가졌으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반도체 산업과 원전에 관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기업에는 불안을, 세계적으로는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말 천박하고 경박한 경제관념"이라고 일갈했다.
홍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지난 15일 '탈원전을 하게 되면 반도체뿐 아니라 첨단 산업을 포기해야 하니, 원전 산업을 계속 발전시켜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언급하며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을 도리어 아예 문 닫기로 작정한 것 아닌지, 귀를 의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 말대로 수백조원을 투자해 짓는 반도체 공장에 원전으로 전력을 공급해 만든다면 그 반도체는 해외에 팔 수 없다"며 "RE100에 따라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전력이 재생에너지로 만들어져야 애플·구글·BMW 등 주요 수요자에게 반도체를 팔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여기에 원전으로 반도체 공장을 돌리는 건 포함되지 않는다"며 "결국 많은 돈을 들여 우리나라 반도체를 생산해놓고, 큰 대기업이나 주요 글로벌 기업에는 팔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미 삼성전자 등 우리 기업의 에너지 전환이 늦어 경쟁력이 크게 저하될 거라는 경고음이 들리고 있다"며 "삼성전자 자체보고서에 따르면, RE100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최대 31조 5000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2050년까지 RE100 달성을 약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마저도 대만 TSMC보다 10년 늦은 계획"이라며 "원전으로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윤 대통령의) 주장, 반도체는 안중에도 없고 원전 산업만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은 정말 앞뒤가 안 맞는 이야기"라고 거듭 비판했다.
아울러 홍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이 같은 자리에서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라고 하는 건, 국제 분업체계에서 비싼 물건을 만들어 파는 나라가 잘 사는 나라'라고 했던 발언도 꼬집으며 "정말 천박하고 경박한 경제관념"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좋은 물건 만들어 비싸게 팔고, 국제사회에서 기여하겠다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 아닌가"라며 "최소한 요즘은 기업들도 ESG 경영을 이야기하면서 돈만 버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와 환경문제를 이야기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전 세계를 이분법, 국내적으로도 갈라치기 하고 기업도 갈라치기 하는 것 같다"며 "국제사회에 대한 기여에 책임 의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천박하고 경박한 베니스의 상인과 같은 경제 국가가 돼선 안 되지 않느냐"고 했다.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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