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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의 에너지전쟁] 석유 '공급 부족' 목소리 커지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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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이후 석유개발 감소
미국 셰일업계 증산 부진
OPEC+ 생산쿼터 미달 등
공급 능력 한계 뚜렷해져

수급 불균형 가능성 커져
장기화될지 여부는 미지수
매장량 상위국가 증산 여력 있어

대형 산유국 정치적 갈등 해결
신규 투자 통한 생산량 확대에
장기 유가 향방 달려 있어

편집자주아시아경제는 한 달에 한 번씩 목요일자에 대변혁기를 맞은 에너지 산업을 진단하고 그에 얽힌 국제 질서 변화를 짚어보는 '최지웅의 에너지전쟁'을 연재합니다. 저자는 2008년 한국석유공사에 입사해 유럽·아프리카사업본부, 비축사업본부에서 근무하다가 2015년 런던 코번트리대의 석유·가스 MBA 과정을 밟은 에너지 분야의 전문가 입니다. 에너지의 현재와 미래를 담은 베스트셀러 '2050 에너지 제국의 미래'를 펴냈습니다.

[최지웅의 에너지전쟁] 석유 '공급 부족' 목소리 커지는 까닭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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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한 뒤 많은 언론과 전문가들이 원유의 슈퍼 사이클 또는 공급 부족 가능성을 말한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도 최근 미국 석유기업 옥시덴탈의 주식을 대량 매수했다. 많은 이들이 원유 공급 부족 또는 슈퍼 사이클을 말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2019년까지 석유 소비는 꾸준히 늘고 있었다.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직전 5년간 연평균 약 1.3%씩 석유 소비가 증가했고, 최근 20년의 연평균 석유 소비 증가율도 약 1.3%였다. 즉 코로나19로 급제동이 걸리기 전까지 석유 수요는 일관성 있게 우상향하는 견고한 흐름을 보였다. 그 흐름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꺾였다. 그러나 그것은 2020년 한 해에 일어난 일이었다. 2021년이 되자 석유 수요는 증가했다. 다시 예전의 추세로 돌아온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세계 에너지 소비 환경은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과 발생한 후 달라진 것이 없다. 여전히 개발도상국은 도시화와 산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는 연 평균 7000만대씩 팔리고 있고, 석유로 구동하는 선박과 항공기를 대체할 교통수단이 나타난 것도 아니다. 따라서 코로나19에서 벗어난다면 세계 석유 수요가 과거 추세처럼 우상향으로 복귀하는 것은 수순이다. 이미 금년 1분기 하루 평균 석유 소비는 2019년 일 평균 소비의 98%까지 회복됐다. 항공유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에 근접한 것이 눈에 띈다. 전체 석유 수요에서 항공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6~7% 정도다. 팬데믹 이후 항공유 수요가 절반 정도 감소했는데, 항공유 수요마저 돌아오면 약 2~3%의 석유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


일각에서 인플레이션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가능성을 제기한다. 그런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불황에 의해 원유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 현상이다. 최근 30년간 연간 기준 석유 소비량이 감소했던 해는 세 번 있었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과 2009년, 그리고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이다. 즉 금융위기나 팬데믹처럼 세계 경제가 역성장할 정도로 강력한 충격이 있어야 원유 소비가 감소했다. 석유 소비가 감소한 해에도 급감했던 것은 아니었다. 2008년에는 전년 대비 1.26%, 2009년에는 1.33% 감소했다. 사실 1차 오일쇼크가 있던 1974년에도 석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불과 1.35% 감소했을 뿐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례들은 석유 수요의 비탄력성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그렇다면 이제 석유 시장의 공은 공급 측면으로 넘어간다. 수요가 과거처럼 꾸준히 우상향한다면, 유가는 공급이 수요와 어느 정도 보조를 맞출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공급 부족을 주장하는 측의 근거는 뚜렷해진 생산 능력의 감소를 말한다. 2015년 이후 급감한 석유 개발 감소, 미국 셰일업계의 증산 부진,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의 생산 쿼터 미달 등 공급 능력의 한계가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OPEC+ 회원국이 할당된 생산 쿼터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최지웅의 에너지전쟁] 석유 '공급 부족' 목소리 커지는 까닭 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일각에서는 고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증산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금 산유국들은 코로나19의 충격을 딛고 경기 부양이 간절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의도적으로 생산 쿼터 이하로 생산한다는 것은 난센스다. 정말 OPEC+ 전체의 이익을 위해 증산을 자제한다고 해도 생산 쿼터까지는 생산해야 한다. 그런데 쿼터마저 못 채운다는 것은 그럴 생산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제외한 회원국은 증산 여력을 소진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더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줄이려는 서방의 노력은 다른 산유국의 원유 수요를 늘려 유가 상승을 유발한다. 향후 시장이 블록화되고, 정치 논리가 경제 논리보다 우선시될수록 유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이다. 기본적으로 원유 공급은 단기간에 늘어날 수 없다. 지금 우리나라 동해에 매장량 10억배럴 정도의 대형 유전이 발견돼도 생산 개시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원유 생산을 위한 해상 플랜트를 건설해야 하고 필요하다면 송유관도 부설해야 한다. 그 기간만 수년이 걸릴 것이다. 원유 생산까지 긴 리드타임이 공급 능력과 수요의 미스 매치를 유발했고, 또 그것이 과거 유가의 사이클을 만들어내는 요인이었다. 지금 그 미스 매치의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위와 같이 단기적 관점에서는 수급의 불균형이 나타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장기화될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국가별 원유 매장량 1위부터 4위 국가인 베네수엘라,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이란 등이 충분한 증산 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는 매장량 1위에 어울리지 않게 2020년 생산량은 일 평균 50만배럴에 그쳤다. 지금도 정치와 경제 불안, 미국의 제재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기 어렵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생산을 크게 늘릴 잠재력이 있다. 매장량 3위의 캐나다는 오일샌드에서 생산되는 비전통 원유가 2019년 하루 약 300만배럴을 기록하며 캐나다 전체 원유 생산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캐나다의 오일샌드는 기술 진보와 충분한 매장량으로 꾸준한 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매장량 4위의 이란도 미국의 제재가 해제될 경우 활발하게 신규 개발을 추진할 것이다.


결국 장기 유가의 향방은 대형 산유국이 정치적 갈등을 해결하고 신규 투자를 통해 얼마나 빨리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으로서는 석유를 둘러싼 지정학의 흐름과 대형 산유국의 정확한 행보를 알 수 없다. 유례 없는 석유 수급의 불확실성은 세계 4위 원유 수입국인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된다. 따라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에서 한국 에너지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일방적 구매자에 머물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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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웅 한국석유공사 스마트데이터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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