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알미늄 공장 찾아
올해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포스트 코로나 대비·새 먹거리 창출 적극 주문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연초 신년사를 통해 사회·정치 활동가 안젤라 데이비스의 '벽을 눕히면 다리가 된다'는 말을 인용해 "눈 앞의 벽에 절망할 것이 아니라 함께 벽을 눕혀 도약의 디딤돌로 삼는 한 해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 신 회장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유통, 호텔, 식품 등 그룹 주축 사업의 체질 개선을 꾀하는 동시에 신성장동력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계열사 CEO와 잦은 소통
신 회장은 최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과의 줄면담에 나서는 등 각 사 현안 점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초 한 차례 사업계획을 세우고 보고해왔던 계열사 CEO들도 상시 면담 체제가 이어지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신 회장은 계열사 CEO들에게 숫자 대신 도약을 위한 전략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실적이 부진한 계열사 CEO를 질책한 것은 아니지만 업황이나 코로나19 등 외부요인 대신 내부에서 스스로 문제를 찾아보라고 당부했다"며 "계열사별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대비가 잘 돼 있는지를 점검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고 했다. 신년사에서 강조한 '강력한 실행력'과 이에 따른 '시너지 창출'을 중간 점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롯데는 지난 한 해 뼈아픈 시간을 보냈다. 오프라인 매장 200여곳의 폐점을 선언한 후 지난해에만 110여개 매장이 영업을 종료했다. 지난해 롯데쇼핑 인사에선 임원 25명이 대거 퇴임했다. 업계에선 그만큼 롯데가 느끼는 절박함이 큰 것으로 평가됐다. 국면 전환을 위해 롯데마트,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롯데지알에스, 롯데정보통신 등 수장은 변화가 빠른 50대 초반 젊은피로 수혈됐다.
유통산업이 큰 변화의 길목에 있다는 점도 적극적인 소통의 배경이다. 유통시장 변화의 흐름을 한 번 놓치면 이를 다시 이를 만회하기 힘들 것이라는 위기감이 높다. 신 회장은 그룹 미래와 사업 전략 면에서 롯데온의 중요성이 크다고 봐 나영호 전 이베이코리아 전략기획본부장을 롯데온 부사장급 새 대표로 영입해 반전을 독려하고 있다.
◆'현장 경영' 드라이브
신 회장은 지난 15일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과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을 연이어 방문했다. 롯데정밀화학 인천공장은 국내 유일의 식의약용 셀룰로스유도체 생산공장으로, 최근 증설 작업을 완료하고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방문은 상징적이었다. 신 회장은 생산설비를 점검하고, 롯데정밀화학의 그린소재(고기능성 셀룰로스 계열 제품)의 개발 방향에 대해 현장 관계자들과 의견을 나눴다. 신 회장이 이어 방문한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은 지난해 9월 2차전지용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 작업을 완료했다. 신 회장은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와 배터리 소재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에서 신규사업 기회의 선제 발굴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도 했다.
신 회장의 이같은 현장 경영과 이에 따른 메시지 전달은 부쩍 잦아졌다. 지난 8일엔 서울 강남구 롯데하이마트 메가스토어 압구정점을 방문했다. 메가스토어 압구정점은 지난 3월 체험형 매장으로 재오픈한 이후 집객에 성공하며 3주 만에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신 회장의 방문은 임직원 격려와 함께 향후 롯데그룹 오프라인 매장에 대한 방향 설정을 위한 차원으로 분석됐다.
지난달 27일에는 잠실야구장을 찾아 롯데자이언츠 경기를 관람하기도 했다. 신 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건 2015년 9월 11일 이후 6년 만이다. 올해 신세계그룹이 SSG랜더스를 인수하면서 유통 라이벌 간 맞수 구도가 형성, 모처럼 오프라인 유통 채널이 화제의 중심에 서자 이에 응하는 차원에서의 야구장 방문으로 업계는 해석했다.
◆"롯데 망하게 할 기업도 찾아라"
신 회장은 올해를 롯데그룹의 턴어라운드 원년으로 삼고 새 먹거리 창출을 적극 주문하고 있다. 연이은 현장 방문도 이같은 청사진과 무관하지 않다. 롯데정밀화학은 그린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 매출액을 지난해 1조2000억원 수준에서 2030년 5조원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이 관심을 보이는 또다른 미래먹거리는 '푸드테크'다. 롯데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육성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152억원 규모 롯데농식품테크펀드를 조성했다. 콩고기 등 현재 식음료 대안 개발, 공유주방 등 미래 식품 시장 개발 관련 푸드테크 스타트업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롯데는 푸드테크 관련 스타트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해 대기업 주도 연구개발(R&D)을 넘어 스타트업과의 연계개발을 통해 미래 식음료산업 생태계를 주도한다는 계획이다.
지금 뜨는 뉴스
신 회장은 수년 전부터 '롯데를 망하게 할 기업'도 찾고 있다. 투자기업을 넘어서는 유망기업을 길러내겠단 의지다. 최근 사명을 롯데벤처스로 바꾼 롯데그룹 벤처캐피털(CVC) 롯데액셀러레이터는 유망 산업별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과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롯데벤처스는 신 회장이 2015년 롯데미래전략연구소에 미국 와이콤비네이터 같은 창업보육기상을 구상해달라고 주문하면서 만들어진 회사다. 롯데벤처스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앨캠프'는 지난 5년 동안 입주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기는 등 성과를 보이고 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람人] "독해진 신동빈" 계열사 CEO 줄면담+현장 경영 '속도'](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1031911224239942_1616120562.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