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문재인 정부의 검찰 고위직 인사가 우병우 라인으로 대표되는 '정치검사' 솎아내기에 방점이 있었다면 법무부 장관 인선은 검찰개혁의 철학과 가치를 공유한 외부 인사 선택이다.
전날 비(非)법조ㆍ비검사 출신인 안경환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69ㆍ전 국가인권위원장ㆍ사진)가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되자 12일 검찰 내부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누가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비검사 출신이 장관 자리에 앉아 법무부의 탈(脫)검찰화 등 개혁을 구체화하리라는 것은 예측한 일이었다.
검찰 내부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지방의 한 검사는 "내부 개혁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스스로 이미 여러 군데서 보여줬다"며 "이제는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대검찰청의 한 검사는 "법무부 내에 법률 전문가가 부족하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검사들을 파견했던 것"이라며 최근 일련의 사태에 대해 "검찰 조직 전체를 거악(巨惡)으로 매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가 검찰 고위간부들에 대해 줄줄이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지만 검찰 내부의 조직적 반발 움직임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렇게 할 명분도 약하고, 고강도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적 여론이 거센 점도 과거와는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다.
청와대는 안 후보자 인선에 대해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강화하고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 강화는 검찰에서도 틈날 때마다 강조하는 내용이다.
다만 중립성과 독립성의 관점과 잣대가 다르고 검찰 스스로가 개혁 대상이라는 점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게 국민 정서와의 차이점이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검경 수사ㆍ기소권 분리와 함께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 동안 법무부장ㆍ차관은 물론 검찰국장, 법무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법무부의 6개 핵심 직책은 모두 검찰이 장악해왔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역시 인적 쇄신과 제도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인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법무부의 탈검찰화' 정책자료를 통해 "법무부 핵심 보직들부터 우선적으로 비검찰 출신 인사를 임명해 검찰에 대한 관리감독 능력을 정상화해야 하고, 검사의 법무부 겸직을 정원 제한 없이 가능하게 하는 검찰청법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