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경영대, 美비자차단 유학생 위해
'패스트트랙' 신설…전형 마감일도 늦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미국 유학생 비자 발급을 일시 중단한 가운데 프랑스 대학들이 이를 틈 타 글로벌 인재 유치에 나섰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은 하버드대에서 이탈하는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일본·홍콩 정부가 팔을 걷어붙인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그르노블 경영대학 푸지야 부제르다 학장은 '링크드인' 계정에서 "미국 비자 인터뷰가 중단돼 학업에 차질이 생긴 국제 학생들에게 우리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면서 프랑스 유학을 추천했다. 이 대학은 미국 경영대학에 합격한 학생들에 한해 '신속히 심사한다(fast-track applications)'는 방침도 확정했다.
파리 ESCP 경영대학의 레옹 라울루사 학장도 "프랑스의 100여개 대학과 그랑제꼴(프랑스 엘리트 고등교육기관)이 이미 미국 유학을 앞두고 있거나 체류 중인 외국인 학생을 돕기 위한 공동 대응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FT에 "기존 5월이었던 지원 마감일을 미루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각국 대학들의 대응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유학생 퇴출 조치에 따른 것이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27일 학생 비자 인터뷰를 잠정 중단하고 강화된 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것을 각국 미국 대사관에 지시했다. 향후 심사에는 신청자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신원 검증 절차가 포함될 전망이다. F(유학·어학 연수 등)·M(직업훈련)·J(방문 연구원 등) 비자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미국 대학과 연계된 교환학생 프로그램에도 차질이 빚어질 전망이다. 마드리드 소재 IE대학교의 마누엘 무니즈 학장은 "우리 학생들이 하버드 여름학교에 갈 수 있을지, 가을 학기 교환 프로그램이 가능한지도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일본·홍콩이 정부 차원에서 자국 대학들과 손잡고 고급 인재 유치에 나선 것과 비슷한 맥락으로 보인다. 일본 교도통신은 지난 27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이탈하는 하버드대 유학생을 일본의 대학들이 수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달라고 각 대학에 요청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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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정부 역시 홍콩과기대 등 8개 명문 대학과 손잡고 하버드대 유학생 유치에 나섰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27일 "미국의 차별적인 정책으로 인해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라면 누구든 홍콩에서 공부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고 중국중앙TV(CCTV)가 전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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