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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산업 살리려면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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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쟁터의 시간, 52시간에 갇히다]
⑥주52시간제 유연화에 필요한 조건은
명확한 직무·임금 기준으로 건강권 보장
스톡옵션·RSU 등 연동 보상체계 필요

편집자주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정부가 강도 높은 정책을 내놓으며 비전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주 52시간 근무제 때문에 개발자들의 AI 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AI 업계는 국가 전략만으로는 시장 선두에 설 수 없다고 지적한다. 혁신을 만들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규제가 아닌 유연성을 갖춘 산업 생태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입 모은다. 시행 중인 주 52시간 근무제가 AI 산업 발전과 어떻게 충돌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모색해본다.

미국, 중국 등 인공지능(AI) 선도 국가들과 경쟁하기 위해서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현행 주52시간제도 보다 근로시간을 더 유연하게 연장할 수 있도록 하되 건강권 보장과 경제적 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소벤처기업부 중심으로 주52시간 제도 개선 관련 연구가 시작된 만큼 향후 제도 개선에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AI 산업 살리려면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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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산업의 현주소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현재 AI 분야 개발·실무 인력이 부족하다. 26일 영국 토터스미디어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한국의 AI 역량은 전체 순위 5위를 기록했다. 전 세계 93개국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 우리나라의 종합 순위는 높았지만, 인재와 산업 생태계 부문은 각각 13위, 17위로 순위가 낮았다. 개발자 및 AI 실무 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물론 민간 투자 부문의 규모와 범위, 산업 생태계의 역동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의미다.

AI 산업 살리려면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나와야 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픽사베이

특히 인력 부문에서 한국은 미국과 중국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간한 '국가전력기술 R&D 인력 실태조사'에서는 국내 AI 핵심 연구자 수가 2만1000명으로 세계 9위 수준에 불과하다고 나와 있다. 같은 조사에서 중국은 41만명으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어 인도(19만5000명), 미국(12만명)순이었다. 호주전략정책연구소가 발표한 AI 등 고급 데이터 분석 기술이 피인용된 건수에서도 상위 25% 출신이 중국과 미국에 쏠려 있다. 학부는 중국이 22.5%로 가장 많았고 대학원 졸업과 고용된 상태인 비율은 미국이 각 27.8%, 25.3%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모든 비율이 3%대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AI 기업이 성장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CB인사이츠의 글로벌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명단을 분석한 결과 올해 10월 기준 미국, 중국 등 상위 10개국 유니콘 기업은 AI·IT 솔루션 분야가 36.3%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 우리나라는 AI 등 분야가 15.4%에 그쳤다.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도입해야

현재 한국의 AI 업계 현실을 반영해 고숙련 인력이 오랜 시간 몰입해 근무할 수 있도록 주52시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윤동열 건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도입해야 한다면서 ▲직무·임금·역할 명확한 기준 ▲서면 동의와 철회권, 불이익 금지 등 자율성 ▲최소 연속휴식 등 건강권 등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윤 교수는 "제도권 밖에서 비공식 장시간 근로가 늘어나는 부작용까지 더해지면,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신뢰가 함께 훼손될 수 있다"면서 제도 개선의 시급성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급 인재는 유연하고 성과 중심의 근무환경을 선호하기 때문에 규제가 경직된 한국 기업보다 일본이나 미국으로 이동할 우려도 높다"고 내다봤다.


AI 산업 살리려면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나와야



AI 연구개발은 업무의 수행 방법이나 시간 배분이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주 단위 근로시간 총량이 아닌 성과물을 위주로 측정해야 몰입하는 데 더욱 유리하다. 이에 따른 충분한 휴식도 보장해야 한다. 예를 들면 3개월은 제한 없이 초과 근무를 하고, 3개월은 휴식을 몰아서 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근로시간 적용제외제도의 국제비교와 시사점 연구' 보고서를 펴낸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 팀장은 "단순히 장시간 근로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갖고 초과 근무를 선택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집중한 기간에 대한 충분한 휴가와 보상도 주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주52시간제도 개선과 함께 금전적 보상 방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포괄임금제 전환으로 추가 근로시간에 대한 보상을 확실히 하는 한편, 스톡옵션·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등 제도로 고숙련 인력을 AI 업종으로 끌어올 수 있는 장치도 필요하다. 최근 네이버가 스톡그랜트, SK텔레콤이 성과조건부주식(PSU) 등을 시행하기도 했다. 임직원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 인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사회적 합의 필요' 보수적 입장

정부는 벤처(스타트업)부문에만 한정적으로 주52시간 규제 완화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벤처형 근로시간제도'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특정 임직원을 대상으로 적합한 근로시간 제도를 개발하겠다는 취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현장에서 재직자들이 연장 근로에 대해 열린 생각을 가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벤처기업 재직자 70% 이상이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면 주52시간 초과 근무도 가능하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있어 스타트업에 적합한 근로시간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AI 산업 살리려면 '한국형 화이트칼라 이그젬션' 제도 나와야 배경훈 과기부총리,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11월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11.25 조용준 기자

그러나 AI와 근로기준법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고용노동부는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제도 개선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주52시간제 관련 제도 개선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업계 등 다양한 의견을 들어가며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근로시간은 기업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 및 일생활균형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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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의 논의는 다소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주52시간제 규제를 예외적으로 적용하기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계류 중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안 관련 논의는 내년으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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