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 따라 두바이까지 추적해 계획 범행
“처벌 대신 우크라 전쟁 나가겠다”…법원 불허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한 5성급 호텔에서 20대 항공 승무원이 전남편에게 잔혹하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 직후 러시아로 도주한 전남편은 체포 후 형사 처벌을 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요청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27일(한국시간) 외신들은 현지 수사 당국을 인용, 지난주 두바이 보코 보닝턴 호텔 객실에서 아나스타시아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25세 러시아 국적의 항공 승무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호텔 직원이 발견한 현장은 처참했다. 피해자의 시신에서는 목과 상체, 팔다리 등에서 최소 15차례 이상의 자상이 확인됐다. 객실 내부에는 다량의 혈흔이 남아 있었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피해자의 전남편인 러시아 국적 알베르트 모건(41)을 지목했다. 모건은 범행 직후 두바이를 빠져나가 러시아로 도주했으나, 호텔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과 이동 경로 분석을 통해 신원이 특정됐다. 그는 러시아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현지 수사기관에 의해 긴급 체포됐다.
수사 결과 두 사람은 약 2년간 결혼 생활을 이어간 뒤 이혼했지만, 모건은 이후에도 전 아내를 지속해서 스토킹하는 등 왜곡된 집착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그는 아나스타시아가 상류층을 상대로 성 접대를 하는 이른바 'VIP 콜걸'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의심하며 강한 분노를 드러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모건의 범행이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아나스타시아의 근무 일정을 파악해 몰래 두바이까지 따라갔고, 그녀가 투숙 중이던 호텔에 손님으로 위장해 들어갔다. 이후 호텔 세탁실에서 가운을 훔쳐 입고 직원인 척 접근해 피해자가 객실 문을 열도록 유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건은 경찰 조사에서 "얼굴에 초록색 페인트를 끼얹고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는 방식으로 모욕을 줄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객실 안에서 몸싸움이 벌어졌고, 결국 준비해 온 흉기를 사용해 살해에 이르렀다는 것이 수사 당국의 판단이다.
모건은 과거에도 가정폭력 전과를 비롯해 마약 범죄로 약 7년간 복역한 이력이 있으며, 출소 후 개명까지 하며 신분을 바꾼 사실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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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 이후 모건은 러시아 법정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자원입대하겠다"며 처벌을 면제해 달라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러시아에서는 중범죄자가 전쟁에 참전할 경우 형 집행이 유예되거나 사면되는 사례가 존재하지만, 법원은 범행의 잔혹성과 중대성을 이유로 이를 기각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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