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83개 학교서 4000권 신청…명단은 공개 안해
전교조·민주당 "교사 동의 등 신청과정 불투명" 비난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겠다는 연구학교가 전국적으로 단 한 곳에 그친 가운데 이를 보조교재로 활용하겠다고 신청한 중·고등학교가 83곳에 그쳤다. 박근혜정부의 역점 과제 중 하나였던 국정 역사교과서가 교사와 학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다는 지적과 함께 학교 현장의 혼란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지난 3일까지 약 2주간 국정 역사교과서 활용 희망 신청서를 접수 받은 결과, 전국 중·고등·특수학교 5819곳(국립학교 제외) 가운데 공립 중·고교 21곳과 사립 62곳 등 총 83개 학교에서 중학교 역사1·2(지도서 포함), 고교한국사 등 3982권을 신청했다.
지역별로는 경북 지역에 소재한 학교가 19곳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 13곳, 서울 11곳, 충남 10곳 등의 순이었고 강원과 세종·전남·전북·제주 등 5개 시·도에서는 신청 학교가 한 곳도 없었다.
국정교과서를 100권 이상 신청한 학교는 중학교 1곳과 고등학교 8곳 등 모두 9곳으로, 이 가운데 학생 수보다 국정교과서를 더 많이 신청한 곳은 350권을 신청한 A고등학교(1학년 343명) 등 4곳에 불과했다.
한 학년 전체가 수업 보조교재로 국정교과서를 활용할 경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야 하는 만큼 학교에서도 또다른 학내 갈등이 야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개별 학교의 명단은 공개하지 않았다.
교육계와 정치권은 크게 반발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교육부가 연구학교 실패로 철저히 외면당한 애물단지 교재를 어떤 식으로든 재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며 "교사들의 동의, 교과협의회, 도서선정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등 정당한 절차들이 무시되고 학교장 단독으로, 혹은 재단의 외압에 의해 신청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별위원회는 "최소 44억원의 세금을 낭비하면서 학교를 분열과 갈등으로 몰아넣고 정부정책에 대해 신뢰를 추락시킨 데 대한 책임을 지고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과 이준식 교육부장관은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정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책임이 있지만 반대세력이 학교에 의사 전달 차원을 넘어 압박이나 협박 등을 가하는 것 역시 비교육적이고 비민주적인 행동"이라며 "사회 각계와 교사들이 교육의 안정과 바른 역사교육 추진을 위해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