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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미친 사랑이 낳은 참담한 패전, 악티움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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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미친 사랑이 낳은 참담한 패전, 악티움해전 악티움해전도(사진=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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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로마공화정이 제국으로 나아가는 마지막 내전으로 알려져있는 '악티움(Actium) 해전'. 로마의 두 거물 정치인인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가 천하를 두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걸었던 전투로 유명하다. 옥타비아누스를 모시던 명장 아그리파의 활약으로 대승을 거둔 옥타비아누스가 안토니우스를 쓰러뜨리고 로마의 대권을 장악함과 동시에 이집트까지 정복한 전투로 흔히 알려져있다.

그러나 실제 이 전투는 초반부터 안토니우스가 훨씬 유리한 게임이었다. 전투가 벌어진 악티움도 이집트에 있는 도시가 아니라 그리스 서부지역에 위치한 도시로 안토니우스는 이곳에서 옥타비아누스의 함대를 물리친 후 로마로 진격하기 위해 이집트 함대와 함께 진영을 펼친 상태였다. 병력의 수나 질, 작전 수행능력에서 안토니우스의 군은 옥타비아누스의 군을 압도했다. 더구나 백전노장인 안토니우스에 비해 옥타비아누스는 그야말로 정치판에만 능숙한 백면서생에 불과했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미친 사랑이 낳은 참담한 패전, 악티움해전 안토니우스 흉상(사진=위키백과)

명장인 아그리파 역시 안토니우스 군을 일거에 물리칠 만한 계책을 내놓진 못했다. 다만 안토니우스의 동방 병력이 집결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양군의 교착상태가 지속됐다. 좀더 시일을 끌면 점점 유리해지는 상황에서 이 균형을 깨트리고 안토니우스를 패배로 인도한 인물은 안토니우스의 애인이자 세기의 미녀로 유명한 클레오파트라였다. 사실상 이 전투는 그녀에 대한 과도한 애정이 맞물려 공사구분이 불가능해진 안토니우스가 자초한 패배나 마찬가지였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의 마지막 여왕으로 클레오파트라의 공식적인 명칭은 클레오파트라7세다. 25세에 처음 안토니우스를 만나 빼어난 미모로 그를 사랑의 포로로 만든 그녀는 옥타비아누스의 여동생과 이미 결혼한 안토니우스가 스스로 가정을 깨뜨리게 만들었다. 그녀와 단 2시간을 이야기한 뒤 안토니우스는 자신이 정복한 중동의 모든 영토를 그녀에게 주기로 약속했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미친 사랑이 낳은 참담한 패전, 악티움해전 클레오파트라(사진=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영화 캡쳐)


클레오파트라에 빠진 안토니우스는 아예 로마로 돌아갈 생각을 접고 이집트에 정착해버린다. 로마 정규군을 이끌고 전투를 수행한 장군은 로마공화정과 로마의 신들에게 영광을 돌리기 위해 로마시로 돌아와 개선식을 해야했으나 그는 알렉산드리아에서 개선식을 열어 엄청난 공분을 샀다. 여기에 더해 안토니우스는 그녀에게 동방의 '왕중왕'이란 칭호를 부여해주고 그녀와 자신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들에게 로마 정규군으로 정복한 동방 영지 전체를 상속하겠다고 선언해버렸다.


이 일로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에게 영혼을 팔아버린 매국노로 낙인 찍혔다. 원로원에서 그의 편을 들던 의원들, 부하장수들, 측근들까지 모두 이 문제의 발언에 충격을 받고 크게 의심했었다고 전해진다. 그래도 로마에서 삼두정치를 할 정도의 공인이 그렇게 생각없는 짓을 하리라고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클레오파트라가 이집트 전통의 최면주술을 걸어 안토니우스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퍼진 것도 그를 지지하던 세력들이 믿기지 않는 현 상황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위해 퍼뜨린 소문이었다고 한다.


[火요일에 읽는 전쟁사]미친 사랑이 낳은 참담한 패전, 악티움해전 안토니우스가 개선했다는 클레오파트라의 문(사진=두산백과)


그래도 곧장 그의 세력이 무너지지 않은 이유는 군사적으로 그의 세력이 옥타비아누스 세력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를 오판에 빠뜨리면서 순식간에 무너져내린다. 클레오파트라는 안토니우스에게 악티움에서 해전을 벌이는 것은 불리하고 따라서 육군병력을 그리스 주요 도시들에 주둔시키고 해군은 알렉산드리아로 철수한 뒤에 병력이 집결할 때까지 기다릴 것을 조언했다. 대다수 수하장수들이 반대했지만 안토니우스는 클레오파트라의 말에 따르기로 했다.


균형이 깨지고 안토니우스의 함대가 퇴각작전을 펼치자 옥타비아누스의 함대는 이를 저지하기 위해 포위작전에 나섰고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됐다. 전투 역시 함선 수가 조금 더 많은 안토니우스 군이 유리했지만 클레오파트라가 먼저 빠르게 전선을 이탈했고 안토니우스도 그녀의 배를 따라 이집트로 떠나면서 대장을 잃은 안토니우스 군은 순식간에 무너져내렸다.


안토니우스는 자신과 클레오파트라가 포위망을 뚫은 것 자체에 만족했으며 옥타비아누스 군이 포위에 실패했으니 이제 군을 집결해서 다시 공격하면 이길 것이라 확신했다. 그러나 그가 생각한 이 전투의 경과와 그의 수하들이 생각한 전투의 경과는 전혀 달랐다. 압도적 승리를 확신했던 병사들에게 단 한번의 패배가 준 심리적 공포감이 엄청났던 것.


더구나 이미 본국에서 매국노로 낙인찍히고 사랑에 미쳐 공사분간을 못하는 지도자의 밑에 있고 싶어하는 수하들은 별로 없었다. 악티움의 패배로 군사적 우위도 보장할 수 없다는 생각이 퍼지자 안토니우스의 군대는 자진해서 해산하기 시작했다. 그의 10만 대군은 순식간에 흩어져 본국인 로마로 돌아갔으며 옥타비아누스에게 항복했다.


그에게 줄을 섰던 중동의 현지 세력가들도 하나 둘 등을 돌렸다. 이중에는 훗날 아기예수가 탄생할 때 유아살해명령을 내렸다 전해지는 유다의 임금인 헤롯도 있었다. 안토니우스의 열렬한 지지자에서 옥타비아누스의 친구로 줄을 갈아탄 그는 옥타비아누스의 지지하에 로마군과 함께 예루살렘에 입성, 왕좌를 차지하며 예루살렘 성전을 재건하게 된다.


클레오파트라에게 빠져 부적절한 정치적 처신만 없었다면 역사를 바꿀 수도 있었던 안토니우스는 죽은 후 자신의 가문인 안토니우스 가문에서 호적까지 파였다. 이후 안토니우스 가문에서는 그의 이름인 마르쿠스란 이름을 아무도 못쓰게 됐다고 한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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