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신동빈 회장의 이른바 ‘복심’으로 통하는 황각규 롯데그룹 정책본부 운영실장(62·사장)이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롯데수사팀은 25일 황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서초동 검찰청사에 나온 황 사장은 계열사 비자금 조성이나 신 회장의 관여 여부를 부인하며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말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황 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정책본부의 이인원 본부장(부회장),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사장) 등과 아울러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신 회장이 경영수업을 쌓은 롯데케미칼(옛 호남석유화학) 출신으로 다년간 정책본부 국제실 업무를 다뤄오다 사장 승진 이후 2014년부터 운영실장을 맡고 있다.
검찰은 황 사장을 상대로 신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여부를 비롯해 배임·탈세·친인척 일감 몰아주기, 계열사 부당 지원 등 그룹 내 경영비리 의혹 전반을 조사하고 있다. 황 사장은 인수합병(M&A)에 주도적으로 관여하며 그룹 성장을 일군 인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은 국내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 상장 준비 과정에서 계열사 자산 저평가 및 지분 이전에 따른 총수일가 수혜 몰아주기 의혹을 받고 있다.
정책본부가 관리해 온 총수일가 자산의 불법·탈법 의혹도 핵심 조사대상이다. 검찰은 정책본부 산하 비서실이 계열사를 통해 매년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급여·배당금 명목 300억원대 자금을 조성·관리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 성격을 추적해 왔다.
검찰은 또 신 총괄회장이 장녀 신영자 롯데재단 이사장(구속기소), 사실혼 배우자 서미경씨 및 딸 신유미 모녀에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 6.2%를 차명 이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6000억원대 탈세 의혹 관련 정책본부 지원실이 이를 설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일본에 체류 중인 서씨 모녀의 출석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검찰은 계열사 비자금 조성 및 부당거래가 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해외 원료 수입 과정에서 일본 롯데물산을 끼워넣어 200억원대 수수료를 부당 지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국내외 자료를 수집해 롯데 측이 주장한 무역금융 주선 대가 명목이 실질에 부합하는지 검증해 왔다.
검찰은 롯데건설이 2002년부터 10년간 공사대금 과다계상 수법으로 하청업체들을 통해 300억원 규모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에도 주목하고 있다. 롯데건설은 과거 유사수법으로 조성한 비자금 가운데 일부가 회장 비서실을 거쳐 불법 정치자금으로 흘러간 정황이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수사를 통해 드러난 전력이 있다.
검찰은 황 사장에 대한 조사결과를 토대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는 한편 이인원 부회장, 소진세 사장에 대한 조사 일정도 확정할 방침이다. 이들 역시 검찰에 출석하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예정이다. 그룹 심장부가 차례로 형사책임 대상자로 지목되며 신동빈 회장의 검찰 출석도 머지 않았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롯데그룹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었다”고 말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