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국내 이동통신 3사 임원들이 자사주에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KT 임원들은 자사주 보너스로 함박웃음을 짓는 반면 다른 이통사 임원들은 떨어진 주가 부양을 위해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황창규 KT 회장은 2015년 장기성과급으로 총 1만7961주 규모의 자사주를 지급받았다. KT 주가가 전일 기준 3만1400원이란 것을 감안하면 약 5억6400만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너스로 받은 셈이다.
KT 임원 전체로는 2015년 장기성과급으로 회사에서 지급받은 자사주 규모가 총 43억3000만원(주식수 13만2631주)에 달한다.
KT 임원들이 자사주 보너스를 통해 인당 적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 반면 LG유플러스 임원들을 중심으로 다른 이통사 임원들은 사비를 들여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 3월 자사주 2만주를 약 2억1200만원에 매입한 이후로 LG유플러스 부사장, 전무급 임원 12명은 1인당 수천만원을 들여 자사주를 사들였다. SK텔레콤의 경우 박재현 SK텔레콤 단장이 6월 144주를 약 3000만원에 사들이는 등 일부 임원이 자사주를 매입했다.
자사주와 관련해 국내 이통 3사 임원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는 실적과 주가 때문이다.
KT의 경우 지난해부터 실적이 다른 이통사와 비교해 눈에 띄게 좋았다. KT는 2015년 영업이익이 1조2929억원으로 흑자전환하며 3년만에 연간 영업익 1조 클럽에 진입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영입익이 1조7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18% 감소했고, LG유플러스는 영업익이 6323억원으로 전년보다 9.7% 증가했지만 KT에는 못미쳤다.
올 2분기에도 KT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KT는 2분기 영업익이 전년 동기 대비 15.8% 증가한 4270억원으로 17분기만에 SK텔레콤을 제치고 영업익 1위를 탈환했다. 같은 기간 SK텔레콤은 4074억원, LG유플러스는 1801억원으로 영업익이 각각 1.34%, 6.4% 줄었다.
엇갈린 실적은 주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경우 주가가 내리고 있어 임원들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부양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KT 주가가 지난 1년새 9.5% 오르는 동안 SK텔레콤은 10.9%, LG유플러스는 1.3%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KT의 주가 상승 여력이 클 것으로 내다보고 있어 향후 KT 임원들이 보유한 자사주 가치도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주가 밸류에이션(평가가치)을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은 KT가 0.76배 수준으로 가장 낮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각각 1.16배, 1.13배 수준이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KT의 가입자와 가입자당매출액(ARPU)이 모두 성장하고 있어 장기 이익 전망이 밝고 상반기 어닝서프라이즈에도 주가 상승폭은 미미하다"며 "PBR 기준으로도 전 세계 통신사 중 가장 저평가돼 있는 만큼 KT를 지속적으로 매수할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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