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앞으로 사업주가 고의로 산업재해를 은폐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 원청 사업장에서 하청 근로자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모든 작업에 대한 안전보건 조치가 의무화된다. 최근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남양주 지하철 공사 가스폭발 사고 등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산재예방 책임을 확대하는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연내 입법 추진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이 개정안은 다음달 27일까지 입법예고된 후 빠른 시일 내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앞서 고용부는 19대 국회에 이 개정안을 제출했으나 회기 만료로 법안이 자동 폐기됐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대기업 등 원청업체가 고의로 산재를 은폐할 경우 1000만원 이하 벌금 또는 1년 이하 징역의 형사처벌이 가능해진다. 지금까지는 과태료만 부과됐다.
또 개정안은 원청업체가 하청 노동자 재해 예방을 위해 안전보건 조치를 해야 할 범위를 현행 ‘20개 장소’에서 ‘원청의 사업장에서 하청 노동자가 작업하는 모든 작업’으로 확대한다. 현행법은 화학설비의 정비·보수가 이뤄지는 장소, 방사선 업무 장소 등 20개 위험장소에 한해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를 의무화하고 있다. 원청이 안전보건 조치 위반 시 벌칙도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5배 강화된다.
고용부는 최근 발생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 사고, 남양주 지하철 공사 가스폭발 사고 등을 감안해 원청의 산재예방 책임을 확대·보완하는 산안법 개정을 올해 중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다.
원청이 하청에 제공해야 하는 안전·보건정보 범위도 화학물질 등 제조 설비의 개조·분해 작업 등에서 질식·붕괴 위험이 있는 작업으로 확대되도록 한다. 질식재해가 다른 재해에 비해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이밖에 여러 시공사가 공사현장 한 곳에서 함께 작업하는 경우 발주자에게 ‘안전보건조정자’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개정안에 포함했다.
박화진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은 "최근 발생한 중대재해는 재해자가 수급인(하청) 소속의 근로자로, 안전관리능력이 취약한 하청업체로 위험이 이전되고 있다"며 "도급인(원청)의 산재예방 책임을 강화하는 법 개정을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부에 따르면 산재 사망자 중 하청근로자 비율은 2012년 37.7%, 2013년 38.4%, 지난해 38.6%, 올해 상반기 40.2%로 매년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산재 사망자 수는 955명이다.
2008∼2013년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은 근로자 10만명당 8명으로, 34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터키(15명)와 멕시코(10명) 다음으로 많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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