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밀리, 물음표 지운 V2…트라이아웃 승자는 현대건설

[수원=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여자 프로배구 '트라이아웃(외국인 선발제도)'의 승자는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21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5전3승제) 3차전에서 IBK기업은행에 세트스코어 3-0(25-22 25-20 25-18)으로 이겼다. 원정(화성실내체육관)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따낸 뒤 안방에서 3차전마저 잡으며 우승을 확정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은 통합 우승한 2010~2011시즌 이후 5년 만이자 통산 두 번째다.

좌우 날개와 중앙 공격까지 삼각편대의 위력으로 일군 우승이다. 왼쪽 공격수 에밀리 하통과 중앙 공격수 양효진, 오른쪽 공격수 황연주까지 세 선수가 팀 득점을 고르게 안배하며 상대를 흔든 전략이 주효했다. 특히 올 시즌 합류한 에밀리의 역할이 컸다.

여자부는 올 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선발했다. 미국 국적의 만 21~25세 대학졸업예정자와 해외리그 경력 3년 이하인 공격수 중 선발대회를 거친 선수들이 새로 왔다. 현대건설은 득점력이 있는 오른쪽 공격수에 초점을 맞춘 타 구단과 달리 서브 리시브와 수비력을 겸비한 왼쪽 공격수 에밀리를 뽑았다.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면서 양효진과 황연주 등 기량 있는 국내 공격수와의 조화를 꾀했다.

에밀리는 기대에 부응했다. 정규리그에서 리시브 전체 7위(세트당 2.5개)를 했다. 외국인 선수가 이 부문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기는 에밀리가 유일하다. 리시브와 디그(상대 공격을 받아내는 기술) 성공을 세트수로 나눈 수비 부문에서도 5위(세트당 5.72개)를 했다. 그러면서 득점도 팀 내 가장 많은 577점을 올렸다.

포스트시즌에서도 에밀리의 효과는 분명했다. 정규리그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현대건설은 3위 흥국생명과의 3전2승제 시리즈를 2-0으로 따냈다. 흥국생명은 외국인 공격수 테일러 심슨이 정규리그 후반기 부상으로 물러나고 알렉시스 올가드가 대신 합류했으나 호흡이 살아나기에는 역부족했다. 반면 큰 부상 없이 꾸준하게 동료들과 손발을 맞춘 에밀리는 흔들림 없이 제 몫을 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기업은행은 주포 리즈 맥마혼이 손가락을 다쳐 결장하자 조직력이 무너졌다. 현대건설은 에밀리가 세 경기동안 46점을 올리고 리시브와 수비에서 안정감 있게 팀을 지탱하면서 한 세트도 내주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따냈다. 반신반의했던 에밀리 카드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였던 셈이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현민 사진기자 kimhyun81@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