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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읽다]1세기만의 쾌거…중력파가 갈 길은

시계아이콘02분 08초 소요

검출기 감도 높이고 국제 네트워크 형성 중요해

[과학을 읽다]1세기만의 쾌거…중력파가 갈 길은 ▲두 개의 블랙홀이 합병되면서 중력파가 방출되는 시뮬레이션.[사진제공=N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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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이 열렸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미국과 유럽 과학자들로 구성된 국제 연구팀은 12일 중력파를 직접 관측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916년 아인슈타인이 중력파의 존재를 예측한 이후 100년 만에 최초로 중력파를 '직접 검출'한 쾌거입니다.

이번 검출은 중력파 검출장치인 라이고(LIGO)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라이고는 레이저를 직각의 두 방향으로 분리시켜 보낸 후 반사된 빛을 다시 합성해 두 방향 사이의 경로 변화를 측정하는 장치를 말합니다.


최대 측정 정밀도는 100㎐에서 약 10의-22승의 진폭 측정이 가능합니다. 이는 양성자 지름의 약 1만분의1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라이고는 미국의 핸포드와 리빙스턴에 각각 설치돼 있습니다. 두 지역은 약 3000㎞ 떨어져 있으면서 동시에 가동합니다. 가짜 신호를 구별하고 시차를 이용한 파원의 방향을 추정하기 위한 목적인 것이죠.

중력파는 무거운 물체의 가속 운동으로 발생해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시공간의 '잔물결'과 같은 파동입니다. 중력은 약한 힘이기 때문에 그 세기가 매우 미약합니다. 강한 중력을 가진 천체가 급격히 가속될 경우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합니다.


중력파는 블랙홀이나 중성자별의 충돌, 초신성 폭발, 감마선 폭발,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은 물론 초기우주의 생성까지 파악이 가능합니다. 중력파가 실제 검출되면서 우주 과학은 이제 '중력파 천문학'의 시작을 알리고 있습니다.


◆앞으로 과제는=넘어야 할 산도 많습니다. 우선 검출기 감도의 향상이 뒤따라야 합니다. 라이고는 물론 유럽의 검출기인 버고(VIRGO)와 동시 관측도 있어야 합니다. 여기에 일본의 카그라(KAGRA), 라이고 인디아(LIGO India) 등과의 연계도 필요합니다.


유럽의 버고, 일본의 카그라, 인도의 라이고 인디아와 같은 다른 검출기가 운영돼 전 세계적 네트워크가 형성되면 중력파를 이용한 천문학과 천체물리학은 보다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 같은 국제 네트워크가 구축되면 앞으로 중력파를 이용한 새로운 우주과학 시대가 펼쳐지게 됩니다. 더 많은 블랙홀과 중성자별 쌍성 관측이 가능합니다. 블랙홀의 질량 측정이 이뤄지면서 별 진화의 마지막 단계를 규명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전자기파(빛)를 이용해 천체의 표면만 연구했던 한계를 넘어 중성자별의 내부 구조 파악이 이뤄집니다. 우주의 속살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더 나아가 빅뱅직후, 초기 우주에서 별의 탄생과 진화를 밝혀낼 수 있습니다.


라이고는 1980년대 매사추세츠 공과대학 물리학과 명예교수인 라이너 와이스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명예교수인 킵 손, 같은 대학의 물리전공 명예 교수인 로날드 드레버에 의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수단으로 처음 제안됐습니다. 이들은 이번 성과로 올해 노벨물리학상의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습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중력파 검출기인 라이고는 4㎞에 달하는 장거리 레이저 간섭계입니다. 라이고는 2002~2010년 동안 제 1세대 검출기 가동과 과학 연구를 마치고 약 5년 동안의 기기 개선 작업을 거쳤습니다. 지난해 9월부터 제 2세대 검출기인 어드밴스트 라이고(advanced LIGO)가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어드밴스트 라이고의 설계 감도는 1세대 라이고에 비해 10배 정도 더 민감합니다.


◆국내에서도 중력파 연구에 뛰어들어=국내에서도 중력파 검출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형목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장과 제 1세대 중력파 물리학자인 메릴랜드 대학의 백호정 교수, 이태리 피사대학의 에토레 마요라나 교수 등과 공동연구가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라이고의 관측진동수보다 낮은 저주파 중력파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중력파를 검출할 수 있는 검출기(SORGO)에 대한 개념 연구를 마쳤습니다.


새로운 기법을 사용한 이 검출기가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습니다. 한국중력파연구협력단 소속 연구팀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SORGO의 가능성 여부를 보다 세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SORGO의 가능성이 더 엄밀하게 입증된다면 어드밴스트 라이고가 검출하지 못하는 중간 질량 블랙홀과 같은 새로운 중력파원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정부의 적극적 지원책이 모색돼야 할 것입니다.


◆전문가들 "우주를 보는 새로운 창 만들어진 것"=이현규 한양대 물리학과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중력파원은 그 에너지가 통상 우주에서 가장 강한 에너지로 알려진 감마선 폭발 현상보다도 크다"며 "아마도 빅뱅 이후 인류가 관측한 우주에서 발생한 가장 격렬한 사건들 중에 하나일 것"이라고 반겼습니다.


이형목 단장(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은 "이번 발견은 최초의 블랙홀 쌍성계 관측이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빠르게 검출에 성공한 것"이라며 "현재보다 더 많은 중력파원을 미래에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단장은 "이번 역사적 발견으로 이제 우리는 우주를 이해하는 새로운 도약을 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과학을 읽다]1세기만의 쾌거…중력파가 갈 길은 ▲중성자별 충돌 시뮬레이션.[사진제공=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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