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소비절벽에 내국인은 상품권 시장서 발 돌려…중국인 쇼핑객들만 사설시장 발길
소비절벽에 내국인은 상품권 시장서 발 돌려…중국인 쇼핑객만 사설시장 발길
매년 매출 하락세 불구 외국인 80%는 중국인…1000만~2000만원씩 구매도
[아시아경제 김소연 기자, 최서연 기자]"요새 판매가 잘 안되는데 외국인 장사로 먹고 삽니다. 중국인 장사꾼들이 한번에 1000만~2000만원까지도 바꿔가요."
지난 8일 을지로 롯데백화점 본점 앞 사설 상품권 판매소. 따뜻한 봄 날씨에 쇼핑객들이 부쩍 늘면서 을지로 일대가 북적거렸지만 상품권 판매소를 찾는 사람은 드물었다. 개별 단위로 관광 온 중국인들만 드문드문 발길이 이어졌다.
불황의 그늘이 낳은 소비절벽이 유통업계 전반에 어둠을 드리웠다. 국내 상품권 시장도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사설 시장은 스마트해진 중국인 관광객(요우커) 덕에 숨통을 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맞은 편 상품권 판매소 주인 박모(60)씨는 "요샌 외국인 장사가 대부분"이라며 "중국인 장사꾼들이 한번에 1000만~2000만원까지도 바꿔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옛날엔 일본인이 많았지만 요즘은 크게 줄고 중국인이 늘었다"면서 "일부는 50만원 상품권으로 35만원 어치 물건을 사면 현금으로 남겨주는 것까지 알아서 1000만원 어치를 바꿔 300만원 가량 벌어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똑똑해진 중국인들이 고액단위 상품권의 경우 60% 이상 사용하면 잔액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를 알고 상품권을 싸게 사서 이를 활용한다는 이야기다.
인근 또다른 상품권 판매소 주인 김모(36)씨는 "요즘 잘되는 장사가 있냐"고 까칠한 반응을 보이면서도 "외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데 어떻게 알고 오는지 모르겠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세계백화점 근처도 비슷했다. 회현역 인근 상품권 판매소 주인 이모(40대)씨는 "경기가 안 좋다보니 이번 설에 상품권 판매가 예전보다 줄었다"면서 "그나마 이 곳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늘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상품권 판매소를 찾는 외국인의 80%는 중국인"이라며 "가이드들이 백화점 쇼핑 전에 중국인 관광객들을 데리고 오는데 한번에 수백만원 어치씩 사가는 편"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명동 쇼핑거리 상품권 판매소는 한산해 위치별 명암이 엇갈렸다. 명동역 근처 상품권 판매소 주인 박모씨(55)씨는 "여긴 낱장 단위 구매고객이 많은데 요새는 그것도 없어서 죽겠다"며 "사가는 사람이 없으니 파는 사람이 없고 그러니 우리도 상품권 재고가 없어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인도 백화점 근처나 가고 여긴 안 온다"며 "법인고객들은 워낙 큰 금액단위로 거래하기 때문에 원래 사설판매소를 찾지 않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백화점 상품권 시장은 줄어드는 백화점 매출과 궤를 같이 하면서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이번 설 명절 다소 회복된 소비심리가 백화점 매출은 늘렸지만 상품권 매출까지 끌어올리지는 못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올해 설 기간 상품권 매출은 지난해 설보다 9.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상품권 매출 신장률이 15.1%, 2014년 14.3%였던 것에서 신장률이 둔화됐다.
롯데백화점 역시 법인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수백만원 단위 상품권 패키지 판매신장률이 최근 3년간 서서히 줄고 있다. 올해 설 패키지 상품권 신장률은 13%를 기록해 지난 2013년 18.5%에서 축소됐다. 다만 이른 설 영향으로 매출이 감소했던 지난해(10.3%)보다는 개선됐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불경기 때문에 이번 설 중소법인들의 상품권 매출 객단가가 5~10% 하락했다"며 "10만원 미만 선물 매출이 21.5% 신장하는 등 실속선물이 강세를 보이면서 기존 상품권 수요가 이동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영란법 영향으로 앞으로 법인 고객이 감소하면 상품권 시장이 더욱 축소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소연 기자 nicksy@asiae.co.kr
최서연 기자 christine8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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