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이미 구단과 선수단 사이 신뢰가 깨졌다. 더 이상 정명헌 대표(55)가 운영하는 팀에서는 함께 하기 어렵다. 선수단 모두가 그럴 각오로 뜻을 모으로 이 자리에 나왔다."
남자 핸드볼 웰컴론코로사 장인익 감독(47)과 선수 열네 명은 28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수단 모두가 핸드볼을 그만두겠다는 심정으로 마음을 모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주장 김장문(35)을 비롯한 선수들은 "최근 1~2년 사이 팀이 어렵다는 이유로 월급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선수가 여럿이다. 이런 상황에서도 구단은 분명한 설명 없이 독단적인 결정을 반복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웰컴론코로사는 네이밍후원사 웰컴론과의 계약 만료에 따른 재정 악화로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지난 26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고려대학교 부속 고등학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팀 해체는 없다. 선수단 규모를 기존 열일곱 명에서 '열세 명+감독'으로 줄이겠다"며 "웰컴론의 훈련비용이 지급되는 내년 2월 안까지 새 후원사를 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 모인 선수들은 정 대표의 발언이 상황마다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수영(29)은 "선수들은 팀이 해체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지난 토요일 TV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 그리고 일부 고액연봉 선수들이 트레이드 될 수도 있다는 얘기도 지난 기자회견 이후 알았다"며 "당사자들과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독단적인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 구단에서 하는 말과 내가 들은 얘기가 늘 다르다"고 했다.
백원철(37)도 "이런 불미스러운 일들이 한 번도 아니고 두세 번씩 반복되고 있다"며 "어제 정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뭔가를 계속 감추고 말을 돌리는 듯한 느낌이었다"고 했다.
선수들은 구단과의 결별의사를 분명히 하며 "우리들이 바라는 것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올해 핸드볼코리아리그에서 우승을 했다. 좋은 환경에서 마음 편하게 운동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했다. 장 감독도 "어제 구단과 선수단 사이 면담에서도 지금 상황에 대한 분명한 설명 없이 미안하다는 얘기만 반복해 들었다. 이런 식이라면 안 된다"며 "월급이 석 달씩이나 밀린 선수들도 있다. 감독으로서 미안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 대표가) 논란이 되고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피하더라. 선수단의 미래를 보장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장 감독은 이날 정 대표 등 구단과의 상의 없이 선수단과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이유로 감독직에서 해임됐다. 장 감독은 물론 선수단과 정 대표의 향후 면담 일정은 잡히지도 않은 상태. 박중규(31)는 "선수단 모두가 가족들에게도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심정을 전달했다"며 "선수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다. 선수들끼리 모두 함께 하자고 의견을 모았고 앞으로도 함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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