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챔피언십 최종일 결정적 퍼트로 린시컴 제압, 메이저 5승째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메이저 5승의 동력은 클러치 퍼팅."
박인비(26ㆍKB금융그룹)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침묵의 암살자(Silent Assassin)'이라는 애칭이 붙었다. 하지만 올 시즌 네 번째 메이저 웨그먼스LPGA챔피언십(총상금 225만 달러)을 앞두고는 우승에 대한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메이저 타이틀방어라는 미션이 눈앞에 있었고, 바로 직전 마이어클래식에서 루키 이미림(24ㆍ우리투자증권)에게 연장에서 분패하면서 각오가 남달랐다.
"이번에는 승수를 추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호언장담했다. 2위로 출발한 18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피츠퍼드의 먼로골프장(파72ㆍ6717야드)에서 끝난 최종 4라운드에서 실제 브리타니 린시컴(미국)을 끈질기게 따라붙었고, 연장혈투 끝에 기어코 '대회 2연패'를 완성했다. 자신감은 퍼팅이 출발점이었다. 상반기 내내 그린에서 고전했지만 지난주부터 선택한 블레이드퍼터(일자형)가 궁합이 맞았다.
마지막 18번홀(파4)이 대표적이다. 두 번째 샷을 러프로 보낸 뒤 세 번째 샷도 짧아 4m 의 파 퍼트를 남겼다. 파 세이브에 실패하면 린시컴에게 우승을 상납하는 상황, 박인비는 무표정하게 이 퍼트를 집어넣어 연장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같은 홀에서 속개된 연장전에서도 중압감을 이기지 못한 린시컴의 1.5m 파 퍼트가 빗나간 반면 박인비는 1.2m 우승 파 퍼트를 홀 한 가운데로 정확하게 떨어뜨렸다.
지난해 애지중지하던 캘러웨이 오디세이의 '세이버투스' 퍼터 헤드가 손상되면서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같은 모델로 교체했지만 퍼팅감이 달랐다. 세이버투스를 대신해 오디세이 '버사 7', '제일버드' 등 유사한 디자인의 퍼터를 총동원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첫 메이저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는 그립이 두꺼운 일명 '홍두깨 그립'까지 꺼내 들었다가 1라운드에서만 사용한 뒤 창고에 처박았다.
비디오 연구와 함께 과도하게 움직이던 어깨를 바로 잡았고, 지난 6월 매뉴라이프클래식에서 다행히 우승컵을 손에 쥐었다. 지난주 마이어클래식에서는 말렛형 대신 드디어 블레이드 퍼터(일자형)가 등장했다. 지난달 여자골프 국가대항전에서 팀을 이룬 유소연(25)의 퍼터를 보고 또 다시 교체를 결심했다는 후문이다. 마이어클래식 최종일 막판에 흔들려 준우승에 머문 게 오히려 아쉬울 정도였다.
이번 대회에는 스트로크도 교정했다. "임팩트 때 당겨 치는 경향이 있었지만 폴로스로를 보다 똑바로 가져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했다. 첫날은 신통치 않았지만 둘째 날 퍼트 수가 25개로 뚝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우승경쟁에 뛰어들었다. 6700야드가 넘는 코스 세팅에 린시컴을 비롯해 이미림과 스테이시 루이스(미국), 수잔 페테르센(노르웨이) 등이 장타자들이 유리했지만 결과적으로 박인비의 정교한 숏게임과 퍼팅을 당해내지 못했다. 박인비 역시 "샷이나 퍼팅감 모두 최상"이라며 환호했다.
손은정 기자 ej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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