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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재계 시계…기업들 일제히 출근 앞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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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권해영 기자]삼성그룹이 임원들의 출근을 새벽 6시30분으로 앞당기기 시작한 지 2년이 지났다. 2년 동안 재계도 많이 변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탓에 비상경영에 나선 기업 대부분이 출근시간을 앞당기며 업무효율을 높이고 정신 재무장을 주문하고 나서며 대한민국 재계 시간이 1~2시간 이상 빨라지고 있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출근 시간들을 1~2 시간 이상 앞당기고 있다. 이유는 제각기지만 재계 1, 2위를 앞다투는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에 자극을 받은 영향이 크다. 상당수 기업들이 출근시간을 앞당기며 재계 시계도 빨라졌다.

예전 같으면 오전에는 업무 준비, 오후에 본격적인 업무를 진행했다면 이제는 새벽에 업무를 준비하고 종전 출근시간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서며 업무시간 효율의 극대화에 나서고 있다.


CJ그룹은 지난해 5월 말부터 비상경영에 나서며 임직원들의 정규 출근시간을 오전 8시로 앞당겼다. 사내방송 시간도 앞당겨 전체적인 업무 리듬을 1시간 이상 앞당겼다. 출근시간을 앞당기며 생길 수 있는 과로 등의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매월 둘째 주 수요일은 가정의 달로 정했다. 이날은 오후 5시30분에 전 임직원들이 퇴근하도록 조처한다. 회식, 야근, 약속이 없는 이른 바 '3무(無)'의 날이다.

KT는 삼성전자 출신인 황창규 회장이 선임된 이후 출근시간이 오전 9시에서 8시로 1시간 정도 앞당겨졌다. 별도의 지침은 없었지만 황 회장이 8시 이전에 출근해 업무를 시작하자 임원들의 출근시간도 당겨졌고 직원들까지 8시 이전으로 출근시간을 자연스럽게 앞당긴 것이다. 코오롱그룹은 최근 지주사 출근 시간을 오전 7시30분으로 앞당겼다.


이처럼 기업들이 위기에 맞서는 해법으로 출근시간 앞당기기에 나서고 있는 까닭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이 보여준 새벽출근의 효과 때문이다. 현대차는 고(故) 정주영 회장 생전 당시부터 임원들이 새벽 출근길에 나서고 있고, 삼성그룹은 2년 전부터 위기론을 내세우며 임원들의 새벽 출근을 감행했다.


현대차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사무직 출근시간을 오전 8시로 정하고 있지만 대부분 7시를 전후해 출근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전 6시30분을 전후해 출근하고 곧바로 임원들과 회의를 소집하는 등 업무를 시작하기 때문에 관련된 부서, 임원들도 사실상 6시30분에 출근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현대제철, 현대로템 등 주요 계열사의 본사가 있는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빌딩에는 오전 7시30분 이전 대부분의 직원이 도착해 일 준비를 마친다. 새벽 출근의 역사가 길다 보니 현대차그룹의 새벽 시간은 일사불란하다. 출근과 함께 회의를 마치고 그날 할 업무를 정리하고 나면 8시30분 정도다. 잠시 한숨을 돌린 뒤 9시부터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다. 타 기업들의 경우 9시에 출근해 그날 업무를 파악하지만 현대차는 새벽에 업무 파악을 마치고 9시부터 집중근무에 들어가는 것이다.


삼성그룹도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의 주도 아래 6시30분 새벽 출근을 고수하고 있다.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은 물론, 계열사 사장들도 모두 6시30분~7시 출근하고 있다. 일반 임직원들은 8시를 전후해 대부분 출근한다.


초기에는 이른 아침 시간에 출근한 뒤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경우도 더러 있었지만 새벽 출근이 정착되자 업무의 효율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새벽 출근이 이어지며 처음에는 피곤하다는 생각밖에 없었는데 과거 오전에 업무 파악, 오후에 본격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대신 새벽에 업무를 파악해 놓고 일과 시간 시작부터 중요 업무를 마칠 수 있어 효율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출근시간을 앞당긴 회사 대부분은 긍정적인 반응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처럼 경쟁사들이 일과 준비에 한창일 때 준비를 마치고 집중 근무에 들어서다 보니 업무에 대한 집중도도 높고 효율도 높다. 하지만 조기 출근에 대한 준비 없이 무작정 출근시간만 앞당기거나 지나치게 개인적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출근시간을 2시간 가까이 앞당긴 A사의 고위 관계자는 "회장 지시에 따라 조기 출근에 나서고 있지만 애써 일찍 출근해서 멍하니 회사에 앉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조기 출근과 함께 업무 스타일을 바꾸고 이에 맞는 시스템을 함께 도입해야 하는데 무작정 출근만 앞당기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새벽 출근이 정착된 회사의 임원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B사 고위 관계자는 "회사일에 있어서는 새벽 출근이 큰 도움이 됐지만 지나치게 개인적인 시간이 줄어들어 고민"이라며 "예전에는 새벽 시간에 운동이나 개인적인 시간을 가졌는데 이제는 짧았던 그 시간마저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일반 직원들의 압박감도 계속 가중되고 있다. A사 직원들은 "회사서 직원들에게까지 조기출근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지만 임원들이 항상 먼저 나와 있다 보니 정시에 출근해도 눈치가 보인다"면서 "출근시간 전부터 업무 관련 문의나 지시가 있다 보니 심리적인 압박감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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