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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경제민주화 시대 '라면 상무'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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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경제민주화 시대 '라면 상무'가 주는 교훈 노종섭 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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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 상무'에 이어 '막말 사원' 사건까지…. 대기업 임직원들의 비도덕인 행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국민감정이 들끓고 있다.


라면 상무의 경우 대기업 상무가 기내 서비스를 문제 삼으며 여성승무원을 폭행,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뒤이어 대기업 사원이 밀어내기를 하는 과정에 대리점 사장에게 막말을 한 사실이 뒤늦게 공개되면서 해당 회사 제품 불매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무 관련 여부, 임원과 사원 등 두 사건의 성격상 차이가 있긴 하지만 국민들은 두 사건을 같은 맥락으로 보는 분위기다. 두 사건 모두 대기업 임직원이 저지른 행태로 보고 있다. 대기업 임직원을 공인(公人)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국민들은 대기업 임직원에게도 공인과 같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대기업 임직원에 대한 도덕성 요구는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추세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막말 논란은 판사, 공무원, 연예인, 운동선수 등 공인들 위주로 불거졌다. 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못지않게 기업 소속인의 도덕적 책임 역시 중요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대기업 직원은 공인 못지않은 선망의 대상이다.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맡은 자리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공인 이상의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수십억원, 수백억원의 구매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 국민들은 대기업 임직원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에서 공인과 같은 업무 공정성은 물론 도덕성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라면 상무 사태 후 나타난 포스코 내부의 반성 목소리는 이를 명확하게 진단한 것으로 평가된다. 황은연 포스코 CR본부장(부사장)은 지난달 "이번 사건은 창피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포스코 문화 45년간 갑(甲) 노릇만 하다가 언젠가 분명히 터질 일이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전체 산업체의 임원, 힘주고 있는 부장, 직원에게 우리가 교보재를 제공한 셈"이라며 "정말 정신 차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 이상 대기업 임직원이 우월적 지위만 누린 채 공정성, 도덕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대기업들은 경제민주화, 동반성장 추세에 맞춰 국민들과 호흡하기 위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할 직원 교육에는 인색하다. 대기업에 소속된 임직원들의 자세는 라면 상무, 욕설 사원에 보듯이 한심한 수준이다.


대기업 임직원들도 시대에 맞게 달라져야 한다. 밀어내기에 반발하는 대리점주에게 쌍욕을 하고, 라면 서비스가 부족한 승무원을 폭행한 이번 사태는 대기업 직원들에게 더 이상 공정하지 못하고 비도덕적이면 살아남지 못한다는 교훈을 줬다.


두 회사의 대표이사가 사과를 하고 그 파장이 일파만파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임직원 개인의 문제를 넘어 회사의 흥망을 좌우할 수 있다. 관련 기업들이 뒤늦게 재발방지, 직원 교육 등을 통한 사태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말이 없다. 결국 그들은 공인을 요구하는 국민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해 대기업 임직원 자리에서 하차해야 했다.


개인들은 하차했지만 재계는 더 걱정이다. 반기업정서가 심화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회사가 수백억원, 수천억원을 들이고 직원들이 주말까지 반납하며 진행한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쌓아놓은 이미지가 한꺼번에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저수하심(低首下心). 머리를 낮추고 마음을 아래로 향하게 하라.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과 같은 의미다. 해불양수(海不讓水). 바다는 강물을 물리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강물이 깨끗한 물이라고 해서 환영하고 더러운 물이라고 해서 물리치지 않는다.


"우리는 겸손을 철학적으로 힘들게 (설명)하지만 미국에선 '상대를 나보다 위에 놓는 것'이라고 참 쉽게 정의한다"는 황 포스코 부사장의 발언과 함께 새 시대를 살아가는 대기업 임직원들이 곱씹어봐야 할 사자성어다.






노종섭 산업부장 njs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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