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그제 전당대회에서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후보를 새 대표로 선출했다. 최고위원에는 신경민, 조경태, 양승조, 우원식 후보를 선택했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때 당의 주류이던 친노무현계 인사는 지도부에 단 한 명도 진출하지 못했다. 호남에 지역구를 둔 후보도 모두 탈락했다. 친노 주류에서 비주류로 전면적인 세력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민주당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절박함의 표출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총선과 대선, 올 4ㆍ24 재보선에서 잇달아 패했다. 127석을 가진 제1야당의 존재감은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력감에 빠져 있다. 아직 태동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마저 지지율이 뒤진다. 김 대표의 당면 과제는 패배주의에 젖은 민주당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다. 고강도의 혁신 외에는 달리 길이 없다.
뿌리 깊은 계파 정치를 청산하는 일이 급선무다. 지난해 대선 패배를 둘러싼 논란과 당 대표 경선 과정을 통해 계파 간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 친노 핵심인 이해찬ㆍ한명숙 전 대표 등이 전대에 불참한 게 그 방증이다. 김 대표가 "친노니 비노니, 주류니 비주류니 쓰인 명찰을 다 떼서 쓰레기통에 던지자"며 계파주의 정치 청산을 강조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김 대표의 당내 세력 기반은 허약하다. 김한길계로 분류될 만한 의원은 몇 명 되지 않는다. 61.7%라는 예상을 웃도는 높은 득표율도 따지고 보면 친노 중심의 범주류 세력을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당내 정서에 따른 반사익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안철수 의원 측과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지도 간단치 않다. 김 대표가 주도하는 혁신의 결과가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안철수 신당에 밀린다면 김 대표 체제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김 대표는 오늘 당 대표로서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 "변화를 위한 변화가 아니라 국민이 요구하는 변화를 하나하나 실천해 가겠다"고 말했다.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기꺼이 혁신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고도 했다. 민주당은 전대에서 민주통합당이란 당명을 다시 민주당으로 바꾸고 중도 성향 노선을 강화한 새로운 정강ㆍ정책도 채택했다. 국민은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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