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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추악한 '甲乙문화' 이제 청산하자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라면 상무' '제빵 회장' 사건에 이어 식품업체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퍼부은 욕설과 폭언이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 2010년 남양유업 영업사원과 대리점 주인의 통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이 지난 주말 유튜브에 올라오자 네티즌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문제의 녹음 파일은 남양유업과 일부 대리점주들이 제품 강매 문제 등을 놓고 벌이는 소송 과정에서 나왔다.


이는 본사와 대리점 간 거래 관계에서 우연히 불거진 일탈행위가 아니다. 작은 힘이나 권력을 가지면 우월적인 갑(甲)의 위치에서 자신보다 약해 보이는 을(乙)의 위치에 있는 이들을 함부로 대하는 갑을 문화의 편린이다. 유사한 사건이 잇따르는 것은 그만큼 비뚤어진 갑을 문화가 만연해 있다는 방증이다. 강자군림, 가진 자 우월주의, 완장을 찬 이들의 월권행위 등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 '라면 상무' 건은 오랫동안 슈퍼 갑의 위치인 원청 대기업에서 생활하면서 하청회사 관계자를 함부로 대해온 잘못된 행태가 몸에 밴 결과로 볼 수 있다. 중소 제빵회사 회장의 호텔 직원 폭행 사건은 돈을 좀 가진 자들이 그러지 못한 이들을 업신여기는 행위다. 이번 남양유업 사건에서 영업사원은 본사 지시를 따르지 않으려면 대리점 영업을 그만두라며 몰아붙였는데, 대리점 주인 입장에선 생존이 걸린 문제로 위협을 느꼈을 것이다.


비뚤어진 갑을 문화는 본사와 대리점 간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대기업과 중소 납품ㆍ하청 기업 간,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 입점업체 간 거래관계 등에 있어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선거과정에서 경제민주화가 화두가 된 것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경제민주화 1호 법안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원청ㆍ하청 기업 간 부당거래에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하도급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갑의 위치에 있는 자들의 횡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서둘러 청산해야 할 비뚤어진 문화다. 대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가진 자일수록 이웃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섬김의 자세가 요구된다. 각자 위치에서 자신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군림하면서 부당한 요구를 한 적은 없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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