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언급 금기시하는 中
"관은 누구나 필요"
중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한 교사가 교직을 그만두고 관(棺) 판매 사업가로 변신해 연간 수십억의 매출을 올려 화제를 모으고 있다.
매년 관 4만개 수출…매출은 84억원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중국 산둥성 허쩌시 출신인 리사 리우(29)의 사연을 소개했다.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건강에 이상을 느낀 그는 2023년 7월 교직을 떠나 유럽 시장을 겨냥한 장례용 관 유통 사업에 뛰어들었다.
리우가 주목한 것은 고향 허쩌시에서 재배되는 오동나무였다. 오동나무는 가볍고 발화점이 낮아 시신과 관을 함께 화장하는 문화가 있는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 수요에 적합했다. 가격 또한 허쩌산 관은 개당 90~150달러(약 13만~21만원) 수준으로, 1100~2100달러(약 160만~305만원)의 유럽 현지 제품보다 훨씬 저렴했다. 이러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리우의 공장은 현재 매년 약 4만 개의 관을 유럽에 수출하며, 연간 약 4000만 위안(약 84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서 죽음에 관해 이야기 나누는 것은 오랫동안 금기시돼 왔다. 많은 이들은 죽음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불운을 부른다고 여겼으며, 특히 숫자 '4'는 중국어 발음이 '죽음'과 비슷해 기피 대상이 됐다. 그러나 리우는 현지 매체 '런우'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은 매일 죽고, 결국 누구나 관이 필요하다"며 장례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드러냈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선 장례 산업이 지역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허베이성의 한 마을은 연간 생산액 10억 위안 규모의 장례용품 산업 거점으로 성장했으며, 전자 화환 등 친환경 제품을 온라인을 통해 수출하며 시장을 넓히고 있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中 젊은층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죽음을 공공연히 이야기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상하이에는 죽음과 화장, 재탄생 과정을 체험하는 '죽음 체험 센터'가 운영 중이며, 한 장례 서비스 업체는 카페를 열어 방문객이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 무료 커피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유서 사진 촬영', '유언장 작성' 같은 주제가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했고, 일부 청년들은 장례지도사·장례 기획자·묘지 디자이너 등으로 직접 업계에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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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중국 시민의 인식 변화를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화중과기대학 사회학과의 양레이 부교수는 "죽음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하던 태도가 보다 이성적으로 바뀌고 있으며, 이는 죽음에 대한 인식의 '탈신비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의 루오옌 부교수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중국 개인은 가족 책임에 묶여 있었다"며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삶의 목적을 스스로 묻게 됐다"고 말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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