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 켈로그 경영대학원 석좌교수는 "마케팅 3.0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케팅 3.0시대란 고객감동을 넘어 고객의 영혼을 울릴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강조하는 시대를 말한다.
마케팅 1.0시대는 상품을 중심으로 하는 산업화 시대로 요약된다. 당시에는 4P, 즉 상품(Product), 가격(Price), 촉진(Promotion), 장소(Place)가 중시됐다. 이후 정보화 시대의 마케팅 2.0시대를 거쳐, 이제는 고객의 참여도를 높이는 마케팅 3.0시대로 진입하게 된 것이다.
마케팅 3.0시대에는 제품의 품질과 성능이 상향평준화되면서 상품을 소비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이나 성취감, 즉 체험이 핵심차별화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급변하는 시장 환경하에서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흥미진진하거나 의미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미래학자 롤프 옌센은 "세상은 이미 물질적인 부가 아닌 문화와 가치, 생각이 중요해지는 꿈의 사회로 진입했으며 이러한 사회에서는 브랜드보다 고유한 스토리를 팔아야 한다"고 말한다. '초우량 기업의 조건' 저자인 톰 피터스는 스토리가 상품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트렌드를 몸소 체험코자 몇 년 전 루마니아의 드라큘라성(Bran Castle)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동안 수많은 드라큘라 영화가 있었기에 명성에 걸맞은 음산함과 공포가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갔지만, 기대와는 달리 산 중턱에 있는 조그마한 성에 불과했다.
실망도 잠시 드라큘라성이 연간 벌어들이는 수익은 중소기업에 못지 않았다. 하루 관광객만 평균 6000명, 1인당 입장료가 4유로인 점을 고려할 때 하루 입장료 수익만 3500만원, 연간 수익은 130억원에 달했다. 그렇다면 드라큘라성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해답은 스토리텔링에 있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란 스토리(Story)와 텔링(Telling)의 합성어다. 상대방에게 알리고자 하는 바를 재미있고 생생한 이야기로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미국 영어교사 위원회에서는 스토리텔링을 음성과 행위를 통해 청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1897년 영국 작가 브람스토커가 드라큘라 소설을 발표했을 당시, 소설 배경으로 나온 드라큘라성은 사실상 스토리텔링의 원조격으로 볼 수 있다. 15세기 왈라키아공국의 영주인 블라드 체폐슈는 터키와의 싸움에서 2만여명의 터키 및 불가리아인들을 참혹하게 참살해 독립의지를 외부에 과시했고 브람스토커는 이러한 역사적인 배경을 파악하고 소설의 배경지를 드라큘라성으로 삼았다고 한다. 소설 속 스토리텔링이 관광 수익으로 연결된 대표적인 사례다.
마케팅 3.0시대에 고객에게 영혼을 이야기하려면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이해관계자들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문화적인 요소를 추가한 스토리텔링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소비자들에게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에 참여한다는 자긍심을 부여해주고 사회공헌 활동에 간접적으로나마 참여해 보람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마케팅 3.0시대에는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가 조화를 이루는 것도 중요해지는데 사회적 기업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일반기업보다 훨씬 많은 스토리를 전개할 수 있다.
아직까지 사회적 기업에서 인구에 회자될 정도의 스토리가 등장하고 있지 않지만 재미있고 동시에 의미가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 마케팅에 접목해 보면 좋은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는 사회적 기업의 질적 변환기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양적 성장에 치중했던 5년이었다면 이제 향후 5년은 질적 성장을 하는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가슴에 영혼을 심어주는 스토리를 가진 사회적 기업의 탄생을 기대해 본다.
강대성 행복나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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