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연구팀, 페로브스카이트 대량생산 돌파…네이처 게재
차세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로 주목받는 페로브스카이트를 '대량 생산'하면서도 발광 효율 100%를 유지할 수 있는 합성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연구실 수준을 넘어 산업 스케일까지 확장 가능한 공정이 제시되면서, 초고해상도 TV와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용 디스플레이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태우 서울대학교 교수 연구팀이 0℃ 부근에서 합성하는 '저온 주입(Cold-injection)' 기술을 개발해 고품질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을 대량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18일(현지시간)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고발광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의 저온 주입 합성(Cold-injection synthesis of highly emissive perovskite nanocrystals)'이다.
저온주입법(Cold-injection method)의 모식도. 좌)저온(≤4℃)의 리간드 용액에 페로브스카이트 전구체를 주입하는 과정. 우) 발광효율 100%의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합성 결과. 저온 리간드 용액에 전구체를 넣으면 ‘유사 이멀전’ 환경이 형성되고, 합성 속도가 제어되면서 결정 결함이 억제된다. 그 결과 고품질의 순수 녹색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이 대량 합성된다. 그림 및 설명 : 이태우 서울대 교수
페로브스카이트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무기양자점 발광다이오드(QLED)를 뛰어넘는 색순도와 발광 특성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특히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한 차세대 UHD(4K·8K) 방송용 색공간 표준인 'Rec. 2020'을 충족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발광 소재로 평가된다. 발광 반치폭(FWHM)이 약 20nm 수준으로 매우 좁아, 보다 선명하고 실제 눈에 가까운 색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강점이다.
고온 합성 한계 넘어…0℃ '저온 주입'으로 대량생산 구현
기존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합성에는 150℃ 이상의 고온 용액에 전구체를 주입하는 '핫 인젝션(Hot-injection)' 방식이 주로 활용돼 왔다. 높은 결정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화재·폭발 위험이 존재하고 산소·수분 차단을 위한 특수 설비가 필수적이라는 한계가 있었다. 상온 합성 기술도 제시됐으나, 합성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 결정 품질이 균일하지 못하고 대량 생산 시 효율이 급격히 저하되는 문제가 반복됐다.
연구팀은 대량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품질 저하의 원인이 '과도하게 빠른 합성 속도'에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0℃ 부근으로 냉각한 리간드 용액에 전구체를 주입해 '유사 유화(pseudo-emulsion)' 상태를 형성한 뒤 합성하는 '저온 주입' 방식을 개발했다. 저온 환경에서 합성 속도를 제어해 결정 결함을 억제하고 균일한 나노결정을 형성하는 원리다.
그 결과 대기 중에서도 100% 발광 효율을 유지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실험실 수㎖ 규모를 넘어 20ℓ급 산업용 반응기로 합성 규모를 확대하는 데도 성공했다. 합성 규모가 커질수록 효율이 떨어지던 기존 기술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이 소재를 적용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 다이오드(PeLED)는 외부양자효율(EQE) 29.6%를 기록해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확보했다.
저온주입법(Cold-injection method)을 활용한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의 대량 합성 및 어플리케이션. a) 저온주입법으로 20L 규모 페로브스카이트 나노결정 대량 합성 b) 외부양자효율 29.6%의 고효율 PeLED 구현 c) 색변환 필름 적용 태블릿 디스플레이 제작. 그림 및 설명 : 이태우 서울대 교수
상용화 검증까지…"기술 종속 구조 넘어 초격차"
이번 연구는 실험실 성과에 그치지 않았다. 이태우 교수가 창업한 에스엔디스플레이와 협력해 대량 생산된 나노결정을 기반으로 색변환 필름을 제작하고, 이를 실제 태블릿 디스플레이에 장착해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했다. 해당 기업은 최근 CES 2026에서 페로브스카이트 발광체 분야 최초로 혁신상을 수상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번 기술은 연구팀이 2014년 확보한 원천 특허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산업적 가치가 높다. OLED 핵심 소재 기술에 대해 해외 기업에 특허료를 지급해 온 구조와 달리, 향후 페로브스카이트 디스플레이가 본격 상용화될 경우 기술 종속 구조를 극복하고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태우 서울대학교 교수는 "콜드 인젝션이라는 새로운 합성법을 통해 연구실 수준을 넘어 실제 사업화가 가능한 대량 생산을 성공시켰다"며 "이번 성과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혁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은 "이태우 교수는 기초연구사업을 통해 신진·중견·리더 연구자로 성장해 온 사례"라며 "젊은 연구자부터 석학까지 세계적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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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구는 서울대를 중심으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 등 국내 연구진이 협력해 수행한 순수 국내 성과다. 페로브스카이트가 '차세대 후보'를 넘어 실제 상용화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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