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뱀을 너무 사랑한 어느 '공익요원' 이야기"

시계아이콘01분 31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특이한 사람들만 뱀을 키울 거라는 생각은 편견입니다"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뱀 키운다고 하면 다들 특이하게 생각하더라구요. 저는 성격도 외모도 평범한 보통 청년입니다."


서울 중랑구에 사는 신용원(24)씨는 뱀을 애지중지 키우는 것으로 동네에 소문이 자자하다. 현재 동대문구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그는 오전 9시부터 오후6시까지를 제외하면 항상 뱀을 가까이 두고 있다.


지난 26일 중랑구의 한 애완동물숍에서 만난 신씨는 뱀 키우는 취미에 푹 빠진 모습이었다. 그는 "뱀의 매력이요? 무심하고 도도하고 신비롭기까지 해요"라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신씨는 2년 전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를 무릅쓰고 아마존 트리 보아뱀을 구입했다. 그가 두 번째로 산 뱀이다. 4년 전 신씨는 알에서 갓 깨어난 벤켈 킹 종을 6개월간 키웠지만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결국 분양을 했다.


그는 뱀 키우는 게 생각만큼은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뱀이 살 집으로는 라면 상자 크기의 유리 양식장을 마련했다.


신씨는 "배설물이 보일 때마다 냄새가 나니까 신문지를 새로 깔아주고 먹이도 줘야 해요. 먹이용 쥐는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두 마리씩 줍니다. 쥐는 사람의 중지 손가락만한 크기를 먹이고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어 "쥐를 먹는 모습이 마냥 신기하다"며 "귀엽잖아요"라고 덧붙였다.


먹이로 주는 쥐의 가격은 마리당 300원짜리부터 4000원이 넘는 비싼 종류까지 다양하게 먹이고 있다. 또 뱀은 온도조절에만 실패해도 쉽게 죽기 때문에 서식환경을 맞춰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신씨가 키우는 보아뱀는 사막과에 속하기 때문에 바닥에 모래를 촘촘히 깔아줬다.


그는 손수 들고 온 양식장에서 스스럼없이 뱀을 꺼내 들었다. 뱀은 손가락 두개만한 두께 정도에 길이는 70㎝가량 됐다. 그가 뱀을 이리저리 돌려 보이자 뱀은 순식간에 그의 손을 물었다. 핏방울이 맺혔지만 그는 대수롭잖게 웃어보였다.


신씨는 "종종 이렇게 물리긴 하는데 아프거나 병에 걸리진 않아요. 오히려 이런 건방진 모습이 좋을 때도 있어요. 정복하기도 힘들고 절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뱀을 너무 사랑한 어느 '공익요원' 이야기" ▲ 신씨가 꺼내 든 뱀이 순식간에 그를 물어 피가 떨어진 모습이다.
AD

그는 뱀의 매력으로 단순함을 꼽았다. 냄새가 심하거나 털 빠질 일도 없고 주인에게 칭얼대지 않아서 좋다는 것이다. 비용 역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것과 비교해 5분의 1정밖에 들지 않는다. 신씨는 뱀의 평균 수명이 최소 10년으로 죽음으로 인한 작별의 아픔을 겪을 가능성이 적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뱀을 기르며 주의해야 할 사항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뱀의 품종에 맞는 서식환경으로 양식장을 꾸며주고 사육장의 잠금 상태를 철저히 할 것, 온도조절에 신경쓸 것 등이다. 그는 "뱀은 매우 유연한 동물이라 조그마한 틈에도 쉽게 빠져나갈 수 있다"며 "야간에는 22~24도, 낮에는 30도 전후의 온도를 유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뱀과 친해질수록 주변의 반응이 썩 좋기만 한 건 아니었다. 자주 놀러오던 친구들은 손가락을 거침없이 물어대는 뱀이 무서워 더이상 그의 집을 찾지 않는다. 신씨는 "취향 차이니까 어쩔 수 없죠"라며 또다시 웃어보였다.


이어 뱀을 키우고 싶다는 사람들에게 "키워보고 싶다는 충동으로 뱀을 사들였다가 오래 못가서 되파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선택하지 말고 공부도 하고 이것저것 알아본 뒤 자신이 생기면 그때 결정하세요"라고 당부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