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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의로운 전환의 길, 시작은 소통과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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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정의로운 전환의 길, 시작은 소통과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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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킹스턴어폰헐로 가는 기차 안, 2시간30분 동안 선 채로 갔다. 사람도 많고 복잡한 수도에서 상대적으로 조용한 어촌 마을로 간다고 생각해 자유석을 끊은 것이 오산이었다. 기차 안은 이미 만석이었고, 자유석에도 앉지 못한 기자를 포함해 헐시티 축구팀 유니폼을 입은 10대, 비즈니스 가방을 든 40대 남성까지 승객 십여 명이 복도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사람이 몰리면 도시는 활기를 띤다. 헐에서 신재생에너지는 해상풍력 제조공장 하나만 잘된 것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되살리는 마중물이 됐다. 공장의 추가 고용 소식으로 헐 지역 주민들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헐을 방문하기 한 달 전 영국 지방선거가 있었고, 루크 캠벨이 헐(동부 요크셔) 시장으로 당선됐다. 일각에선 '해상풍력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그가 신재생에너지 반대 정당인 'Reform UK' 출신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취임 직후 캠벨 시장은 현지 언론에 "정당 정치보다 지역이 우선"이라고 못 박았다. 시장이 바뀌어도 정책은 뒤집히지 않았다. 지역민을 우선 고용하는 원칙, 어민을 위한 재취업 지원, 공청회와 간담회를 통한 꾸준한 소통이 신뢰의 토대를 다져 놓았기 때문이다. 헐에서 해상풍력은 단순히 환경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삶을 바꾼 산업으로 여겨졌다.


반면 한국의 현실은 여전히 난감하다. 해상풍력은 입지 선정부터 난항을 겪고, 광업소 노동자들은 '대책 없이 폐쇄될 줄 몰랐다'며 토로한다. 발전소 폐쇄를 앞둔 화력발전소 노동자들도 닥쳐올 미래가 불안하기만 하다. 정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사실에 분개했다. 폐지는 이미 현실이 됐는데, 이들을 지원하는 특별법이나 관련 사업 인허가는 늦어지고 있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삶이 큰 그림 속에서 희생되고 있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불신했다.


영국에서 만난 항만 21개를 운영하는 영국항만연합(AB Ports) 관계자에게 한국에 가장 조언하고 싶은 내용을 물으니 '약속'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설득을 위한 소통에서 더 나아가 실질적으로 지역 주민, 기업 등 이해 당사자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정책을 약속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금도 가끔 어민들과 해상풍력 관계자들 사이에서 해역 관련 논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미 신뢰가 바탕이 돼 조율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상풍력 도입에 반대했던 어민들은 이제 연구 인력이 탄 배를 몰고, 정기적인 수입이 생긴 것에 기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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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진행했다. 단순히 설득만 하지 않았고, 함께 결정하기 위해 소통했다. 탄소중립이란 거대한 청사진 속에서 지역 경제가 살아날 수 있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위에서 내려오는 지침만으로는 완성될 수 없다. 지역 주민의 삶을 존중하는 대화, 이해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소통의 과정이 있어야 가능하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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