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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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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구매 사각지대에 사는 사람들
이동식 마트 오는 날 풍경

편집자주'장보기'를 어렵다고 느낀 적 있나요? 필요한 식품은 언제든 온·오프라인으로 살 수 있는 시대에 상상조차 불가능한 일이지만 대한민국에는 걸어서 갈 슈퍼도 없고, 배달조차 오지 않아 먹거리를 구하기 어려운 지역이 있습니다. 사막에서 오아시스 찾기처럼 음식을 살 수 없는 이곳을 '식품사막'이라 부릅니다. 식품사막은 고령화, 지방소멸, 정보격차 등으로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보기라는 일상의 불편함이 어떤 문제를 만들고 있는지 살펴보고 함께 고민하고자 합니다.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1일 충남 당진 합덕읍 도곡1리마을회관에 마련된 가가호호 찾아가는 당진농촌이동장터를 찾은 주민들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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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사막으로 분류된 충청남도 당진시 합덕읍 도곡리. 이곳 어르신들의 위험한 장보기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마을 가까이에 마트가 생기거나 교통수단이 늘어나는 것. 이에 충청남도 당진시는 도곡리를 농림축산식품부가 시행하는 '가가호호 농촌 이동장터' 시범 사업지로 신청해 지난달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1일 충남 당진 합덕읍 도곡1리에서 가가호호 찾아가는 당진농촌이동장터 트럭이 마을회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강진형 기자

당진시는 주 1회 마을 회관으로 찾아오는 이동식 마트 '당찬가게'와 어르신들을 마을회관에서 합덕농협까지 왕복할 수 있도록 돕는 '당찬버스'를 운영, 2차선 도로에 나가지 않고도 장을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아직 시범사업 단계라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는 없지만, 주 1회 오는 이동식 마트 덕분에 겨우내 먹을 걱정은 덜고 있다는 것이 마을 어르신들의 이야기다.

한 끼 연명하는 거라 해도…이동식 마트로 마련한 소중한 식량

1일 오전 9시 30분 도곡리 마을회관 앞. 이동식 마트가 오려면 30분이 남았지만, 주민들이 하나둘씩 마을 회관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사업을 현장에서 책임지는 당진시 농촌활성화지원센터 관계자들은 이장, 노인회장과 만나 반갑게 인사하고 그간의 안부를 나눴다. 마을회관 신발장은 이동식 마트가 오기를 기다리는 어르신들의 신발로 금방 가득 찼다.


오전 10시, '당진 농촌이동장터 당찬가게'라고 쓰인 트럭이 회관 앞에 도착했다. 활동가들이 내려 트럭 문을 열자 차곡차곡 진열된 물품들이 보였다.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1일 충남 당진 합덕읍 도곡1리마을회관에 도착한 가가호호 찾아가는 당진농촌이동장터. 강진형 기자

이동식 마트 판매 필수품은 달걀, 콩나물, 두부다. 최소한의 단백질과 섬유질 공급원이다. 수확이 끝나고 텃밭의 흙이 얼기 시작하는 겨울에는 밭에서 기른 채소 먹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나머지 품목에는 어르신들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 듯했다. 식혜, 이온 음료, 주스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어르신들에게 인기 있는 품목은 요리에 단맛을 내는 인공 감미료 '뉴슈가', 그리고 감칠맛을 내는 '미원'이다. 다 같이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꼭 한봉지씩 구매했다. 물엿, 간장, 섬유유연제, 락스처럼 부피가 많이 나가고 무거운 것들도 이동식 마트 품목에서 빠질 수 없는 상품들이다. 읍내 하나로마트까지 나가 이고 지며 들고 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돼지갈비, 소갈비 양념이나 황도나 꽁치 통조림, 라면, 국수 등 저장성이 좋은 상품도 많았다.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1일 충남 당진 합덕읍 도곡1리마을회관에 마련된 가가호호 찾아가는 당진농촌이동장터를 찾은 주민들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회관 앞은 이동식 마트를 구경하려는 사람들과 물건을 사려는 사람들로 금세 붐볐다. 시끄러운 와중에 "저기 어르신 온다"는 말에 모두가 잠깐 조용해졌다. 76세 김지수씨다. 허리가 반쯤 굽은 김씨는 천천히 이동식 마트로 전진했다. 김씨가 무사히 이동식 마트로 도착하자 마트 앞은 다시 시끄러워졌다.


"이거 좀 꺼내 줘봐요", "내가 그냥 꺼내서 봐도 되지?"하는 여러 말들이 빠르게 오가는 와중에 김씨는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물건을 고르고 조심히 내려놓았다. 그는 소면 한 봉지, 순한 맛 라면 한박스, 1.5ℓ짜리 망고 맛 주스 한 병, 그리고 화장실 청소를 위한 1ℓ짜리 락스 한 통을 샀다.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1일 충남 당진 합덕읍 도곡1리마을회관에 마련된 가가호호 찾아가는 당진농촌이동장터를 찾은 주민들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어떻게 댁까지 들고 가실 거냐, 들어드리겠다는 말에 그는 오토바이로 실으면 된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리고 사륜구동 오토바이를 끌고 와 라면 박스 등 장 본 것들을 싣기 시작했다. 이동식 마트가 아니었으면 이 오토바이로 읍내 농협까지 가는 위험한 도로에 올랐을 것이다.


"어르신들은 겨울만 되면 행동반경이 좁아지니께. 마트가 마을로 들어온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흐뭇한 거여." 윤재혁 이장이 부연 설명을 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가 고등어 한 손 사러 읍내에 나가기란 보통 일이 아닌데다, 겨울에는 추운 날씨로 대부분 집에 있기 때문에 식사가 더 열악해진다고 했다. 라면과 국수가 실린 김씨의 오토바이를 보고 윤 이장은 말했다 "영양을 생각한다든지 이런 건 없어. 연명하는 거지. 그냥 한 끼 때우는 거여."


주 1회 오는 마트가 결국 마을 주민들의 간식, 식사, 저녁 반찬,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한 것들을 책임지게 되는 셈이었다. 이동식 마트가 오고 좀 어떻냐는 질문에 김씨는 답했다. "뭔 노다지 온대유? 없으면 안 되니까 그런 거지요."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1일 충남 당진 합덕읍 도곡1리마을회관에 마련된 가가호호 찾아가는 당진농촌이동장터를 찾은 주민들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어르신 모이고 활동가는 살피고…커뮤니티 기능도 도맡는 이동식 마트

이동식 마트가 머무는 2시간 동안 마을 회관은 서른명 남짓 되는 사람들이 오가며 북적북적했다. 활동가들은 물건을 골라주고, 높은 곳에 있는 물건을 내리고 계산하면서도 주민들의 안부를 묻고 아픈 곳은 없는지 건강 상태 등을 챙겼다. 주민들 사이에서도 "이럴 때 얼굴 보지 어떻게 봐"라는 인사, "돈도 안 갖고 나왔는디"라는 말에 "내줄 테니까 나중에 갚어"라는 인심이 오갔다. 일주일에 한 번 겸사겸사 모이며 서로의 안부와 상황을 체크할 수 있는 것이다.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1일 충남 당진 합덕읍 도곡1리마을회관에 마련된 가가호호 찾아가는 당진농촌이동장터를 찾은 주민들이 물품을 구매한 뒤 이동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형님, 짐은 거기 놔두고 식사하시고 가요." 주민들이 모이자 마을회관 안 부엌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날에 맞춰 점심 식사를 대접하기 위해서다. 주 2회 음식을 대접하고 있는데, 이렇게라도 준비하지 않으면 나이 드신 분들이 제대로 된 끼니 챙기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날 마을회관에서 제공하는 점심은 밥과 소고기뭇국이었다. 노인회장을 맡은 74세 이재홍씨는 "자랑이라면 식사에 소고기, 아니면 돼지고기나 오징어를 꼭 넣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씨는 "단백질을 꼭 넣어줘야 한다. 다른 데는 부실하게 미역국이나 콩나물국만 내온다는데 우린 그렇게는 안 먹어봤다. 도곡리가 잘 차려 먹는 것이라고 소문이 났다"고 덧붙였다.


윤 이장도 "고령자들이 집에 혼자 TV만 보고 있으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기력은 더 없어지기 마련"이라며 "이렇게 이동식 마트 오는 날에 맞춰 겸사겸사 모이고, 서로 챙기려는 정이 있기에 좀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강조했다.


신선식품 늘려야…향후 개선은 과제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1일 충남 당진 합덕읍 도곡1리마을회관에 마련된 가가호호 찾아가는 당진농촌이동장터를 찾은 주민들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

다만 아직 시범 사업 기간이다 보니 보완해야 할 지점도 눈에 띄었다. 달걀, 두부, 콩나물 등 식사를 위한 기본적인 구색은 갖췄지만 육류, 어패류, 채소나 과일 등 신선식품은 여전히 부족했다. 영양 불균형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한 식품군이다. 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다시 주민들이 읍내 농협으로 장을 보러 나가야 한다. 여기에 주민들은 방문 전 미리 필요한 것을 주문받는 시스템도 필요하다고 호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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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마트 차량에는 냉동, 냉장 시설이 갖춰져 있으나 아직 변질에 대한 우려가 남아있는 듯했다. 당진시 농촌활성화지원센터 관계자는 "아직 시범사업 단계로 현장에서 계속해서 보완해야 하는 것들을 확인하고 있다"며 "이후에는 현장의 요구사항을 충실히 반영해 본격적인 사업 실행 단계에서 해소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창고에 쟁여놔야 마음이 편해요"…목숨 건 장보기 해결하는 이동식 마트[식품사막] ③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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