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 전략 전문가 조언
변화하는 관계 대비가 우선
"中·日 사이서 중립지켜야"…"트럼프 요구 패싱전략도 필요"
美 요구는 유야무야 넘겨야…"우리가 오버할 필요 없어"
李, 실용외교 큰 성과…北 비핵화 문구 삭제 이견 분분
최근 공개된 미국 국가안보전략(NSS·National Security Strategy) 보고서에 담긴 동북아 외교·안보 전략을 두고 이재명 정부가 내년부터 본격화하겠다고 선언한 '한반도 평화·공존 프로세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언급이 빠지고 중국·러시아·일본에 대한 전통적 서술에 변화가 감지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이재명 대통령이 동북아 외교 안보와 미·중 관계가 '거래주의'를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고려해 틈새와 돌파구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NSS 보고서는 인도·태평양을 '21세기 경제·지정학적 전장'으로 규정했다. 중국과의 경쟁은 가치·체제 대결이 아니라 무역 불균형, 공급망 지배, 희토류·인공지능(AI) 등 경제 패권 싸움으로 명명했다. 러시아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신속한 종전과 전략적 안정 회복'을 미국의 핵심 이익으로 못 박았고, 유럽 질서를 재조정해 아시아로 자원을 돌리기 위해 관리해야 할 변수라고 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 NSS가 중국을 '국제질서를 재편할 유일한 경쟁자', 러시아를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에 대한 즉각적 위협'으로 규정했던 것과 대비된다.
일본에 대해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함께 지키는 규범 파트너라는 2022년 인식에서, 대중(對中) 억지의 최전선이자 핵심 방어 거점이라고 서술했다. 특히 미국은 일본을 한국을 함께 묶어 방위비 증액과 장거리 타격·해군력 확충, 미군 기지 접근성 확대를 요구하며 중국 견제를 위해 경제·군사 부담을 대폭 나누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외교 전문가들의 조언 "미국 요구, 유야무야 넘기는 것도 전략"
**일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런 NSS 보고서를 분석한 뒤 이재명 대통령에게 '미국의 거래주의'를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 미국을 동맹 상대로 보지 말고 거래해야 할 당사자로 상정한 뒤 외교 전략을 짜야 한다는 의미다. 또 불필요한 분쟁에 휘말리지 말고, 주변국 상황을 기민하게 살펴 국익을 확보하고,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분위기를 바꿔 나가라고 제안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 대통령 외교 정책에서 "어쩔 수 없이 줘야 할 건 주되, 우리가 원하는 걸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 교수는 "우리가 다 주면서도 정작 한반도 평화 정책에서 미국으로부터 제대로 협조받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정권 초 힘이 있을 때 미국과 실리로 제대로 거래해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이 세계 경찰 노릇을 안 하겠다면서 중국 억제를 한국과 일본이 나눠서 하라고 얘기했다"면서 "그런데도 미국은 한국에게 뭘 해주겠다는 게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양 연구위원은 "우리는 실제 행동을 조심하면 된다"면서 "트럼프는 스스로 말의 신뢰성을 떨어뜨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국 요구를) 유야무야 넘기는 것도 전략이다. 우리가 오버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국제학부 교수도 "중일 관계든 대만 관계든 오버하지 않는 중립을 견지할 수 있다면 한국 외교의 즉각적 도전요인은 적다"고 분석했다. 한쪽 편에 서서 외교 상대방을 자극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조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이재명 정부 출범 시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실용 외교가 큰 성과를 냈다"며 "미국, 중국, 일본과 모두 안정적 관계를 가져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재천 서강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 대통령에게 '미국의 대중 정책 기조를 잘 살피라'고 권고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아직 애매하다"며 "중국이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다시 중국 때리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국 사이의 경제 핵심 급소가 사라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서로 더 치열하게 때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北 비핵화' 문구 빠지자…"관계 개선 조치" vs "무관심한 것"
NSS 보고서에서는 북한에 대한 서술에도 큰 변화가 감지됐다. 2017년 트럼프 1기 행정부의 NSS의 보고서에는 '한반도 비핵화를 강제할 조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지만, 올해는 이 내용이 삭제됐다. 당시 보고서에는 '북한' 언급이 17차례 있었고, 조 바이든 행정부도 북한을 3차례 언급했지만, 올해는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의 분석은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북미 정상회담 등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고 분석했지만, 반대편에서는 북한에 대한 무관심을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 교수는 "한미 간 대북정책에 합의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 한중간에 대북 공감대도 많고, 한일 간 대북 소통이 가능할 듯하다"면서 "적어도 우크라이나 전쟁은 끝나야 북한의 전략적 재고가 있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교수는 "NSS 보고서만으로 예단하는 것은 기계적 분석"이라면서도 "한미 동맹 강화로 미국의 협조를 끌어낼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어떻게 국익을 관철하는 실용 외교를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고 지적했다.
반면 김 교수는 "비핵화와 통일은 NSS에서 사실상 뒤로 밀려났다"며 "단·중기적으로 비핵화가 불가능해지면서 미국 외교·안보 아젠다에서 우선순위가 낮아진 것이 현실"이라고 반박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얻을 게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북미 대화 제안은 북한 관련 이슈를 많이 억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칭찬하는 것도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 정상 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뭔가 해보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미·중, 미·러 관계 호전으로 자연스레 북미 대화 재개 가능성이 커진다"고 예상했다. 양 연구위원의 경우 "북한과 대화를 위해 비핵화 표현을 삭제했다는 해석이 나오지만 실제로는 북한에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북한의 호응 여부에 달려 있다"며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와 관련해 위성락 대통령실 안보실장은 "보고서 작성의 기본 방침이 2022년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라며 논란을 일축한 바 있다. 지난달 14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zation of the DPRK)' 내용이 담겼으니 달라진 게 없다는 설명이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 문제를 염두하고 미국·중국·일본 등 주변국과 연대를 강화할 방침이다.
국제질서 불확실하지만 …"국익 확보할 기회는 있다"
전문가들은 국제질서가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우리 정부에 기회로 삼을 만한 여지가 있다는 희망 섞인 분석도 내놨다. 황 교수는 "국제질서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은 미국의 태세 전환 때문이고 답은 실용"이라며 "핵 추진 잠수함 건조나 우라늄 농축 재처리 문제처럼 국익 확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김 교수도 "미국이 중국과 더 이상 으르렁거리지 않는다면 한국과 중간에 끼인 국가들은 조금 여지가 생긴다"며 "가령 첨단 반도체까지는 아니더라도 구형 반도체 정도는 중국과 협력하는 식으로 (거래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미국이 한국을 '국방비 증액'의 모범사례로 꼽은 만큼 방위비 증액이나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는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의 3.5%를 핵심 군사 지출에 사용하는 내용의 한미 안보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에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레이건 국방포럼연설에서 한국·이스라엘·폴란드를 '모범 동맹국'으로 꼽으며 "우리로부터 특혜(special favor)를 받을 것"이라고 이라고 추켜세웠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 역시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헤이그 공약'을 통해 미국과 동맹국이 힘을 통한 평화를 달성하고 유지할 수 있게 하겠다. 가장 최근에는 대한민국이 예"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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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양 연구위원은 "한미 동맹 문제를 가장 신경 써야 한다"며 "최악이었던 관계를 올해 겨우 안정시킨 것뿐이다. 동맹 문제는 트럼프 정권 내내 남을 것"이라고 생각을 달리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에는 기본적으로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들이 몰려있으니 한미 동맹 문제를 해결했다고 착각하면 큰일"이라고 경고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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