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싹 속았수다', 직역 버린 문화적 이식으로 비한류권 장벽 허물어
제주 고유문화 앞세워 촬영지 방문 96%·공항 여객 280만 명 견인
토속 문화 IP로 관광 수익 창출하고 틱톡 등 일상 트렌드까지 장악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제목 현지화' 전략이 자리한다. 단순한 직역을 버리고 국가별 정서에 맞춰 의미를 전면 재조립했다. 영미권에서는 시련을 뜻하는 속담 속 '레몬(Lemon)'을 제주도의 특산물인 '귤(Tangerine)'로 교체해 'When Life Gives You Tangerines'라는 제목을 내걸었다.
대만에서는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사자성어 '고진감래'의 달 감(甘) 자를 귤 감(柑) 자로 비틀어 지역적 감각을 살렸다. 프랑스에서는 '인생은 열매를 맺는다'는 은유를, 태국에서는 '귤이 달지 않은 날에도 웃자'는 일상적 공감의 메시지를 제목으로 채택했다.
현지화로 시청 장벽을 낮춘 자리에는 토속 문화와 보편적 감성을 채워 넣었다. 해외 시청자에게 낯선 해녀와 방언, 숨비소리 등 제주의 고유문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가족애와 투병이라는 만국 공통의 휴머니즘을 결합해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했다.
주연한 아이유와 문소리, 박보검, 박해준의 섬세한 연기도 작품의 완성도를 끌어올렸다. 이들이 촘촘하게 쌓아 올린 감정선은 최종화에서 가족의 의미를 조명하며 짙은 여운을 남겼다. 다만 극 초반부의 느린 전개와 어두운 분위기가 시청자의 몰입을 방해했다는 비판적 평가도 공존한다.
작품성을 둘러싼 호불호와 별개로, 화면 속에 녹여낸 제주 고유의 문화는 오프라인 실물 경제를 견인했다. 드라마 방영 직후 해녀 관련 온라인 언급량은 약 41% 늘었고, 제주 방언을 다룬 영상 콘텐츠는 조회 수 220만 회를 돌파했다.
온라인상의 문화적 호기심은 곧 제주 방문으로 직결됐다. 실제 주요 촬영지인 김녕해수욕장과 제주목관아의 차량 도착 수는 최대 96% 증가했다. 제주공항 국제선 여객도 역대 최고치인 280만 명을 경신하며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했다.
열기는 글로벌 시청자의 일상마저 장악했다. 디지털 공간의 자발적 놀이가 IP의 수명을 무한대로 연장했다. 틱톡 등 누리소통망(SNS)을 강타한 '나만의 관식' 챌린지가 대표적 예다. 극 중 남자 주인공처럼 연인에게 다정함을 베푸는 인증 놀이가 번지며 드라마를 일상 트렌드로 굳혔다. 해외 팬들은 작품 속 제주를 '아마존급 청정 구역'이라 칭하며 지역 자체를 거대한 문화적 아이콘으로 소비하기도 했다.
지금 뜨는 뉴스
한국문화정보원 관계자는 "'폭싹 속았수다'는 웰메이드 콘텐츠가 치밀한 현지화 전략과 만났을 때 창출하는 파급력을 숫자로 증명했다"며 "각국의 정서적 토양을 분석해 텍스트를 재창조하고, 지역 문화를 무기 삼아 글로벌 관광 수익을 끌어내는 정교한 융합 전술을 콘텐츠 산업 전반에 이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실물 한류]](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22500185051025_1771946330.jpg)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실물 한류]](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22500190851026_1771946348.jpg)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실물 한류]](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26022500192351027_1771946363.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