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의원 모임 세미나서 쓴소리
"필리버스터 제도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정치 제도·문화, 국민에 도움 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은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겨냥해 "국회가 입법부인데 '통법부'로 전락한 거 아닌가. 숫자로만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의회는 곤란하다"며 "의회주의라는 건 소수파 의견도 경청하고 반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 전 의장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 10차 세미나에서 '정치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와 문화'를 주제로 강연하며 "법사위는 원래 자구를 수정하고 체계 보고를 하는 곳이고, (법안의)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상임위로 돌려보내서 숙의하도록 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이 법사위 문을 걸어 잠그고 법사위를 마비시키기 시작하면서 투쟁장으로 변했다. 이건 정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 제10차 세미나에서 '정치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와 문화'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6.2.25 scoop@yna.co.kr(끝)
전날부터 최장 7박 8일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이 펼쳐진 국회에 대해선 "필리버스터 제도가 거꾸로 가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정 전 의장은 "필리버스터는 원래 의회주의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되기 위해 있는 건데 (오히려) 의회주의를 파괴하고 무력화하고 있다. 무작정 경쟁하고 투쟁하는 게 의회주의는 아니다"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국민이 필요한 무언가를 성취하는 게 의회주의"라고 했다.
이어 그는 "미국에서 이 제도가 도입됐는데 미국은 하원은 필리버스터 제도가 없고 상원만 있다. 그래야 국정이 돌아간다"며 "처음 (우리나라에) 필리버스터 제도가 도입됐을 땐 테러방지법을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고 (여론을) 환기하는 등 굉장히 절제해 왔는데 지금은 완전히 싸우자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의장은 "자신들이 찬성하는 법안도 필리버스터 하는 것 아닌가. 얼마나 우스꽝스럽나"라며 "그게 한국 정치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필리버스터 제도에 대한 평가와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미국의 예를 들었다. 미국은 필리버스터를 선언하더라도 계속 무제한 토론을 하는 게 아니라 필리버스터를 끝낼 의석수(재적의원 5분의 3 이상)를 확보하기 전까진 해당 법안은 멈춰있고 다른 안건은 처리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16년간 제도를 운용했는데 매너리즘에 빠져서 지금까지 한 대로 하면서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국회 비능률을 초래했다. (필리버스터를 하는 동안) 국회가 일할 시간을 빼앗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최근 필리버스터 진행 시 국회의장이 사회권을 이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 것과 관련해선 "야당 국회부의장이 사회를 안 보니 도저히 안 돼서 사회권을 이양한 건데 그건 좀 곤란하다"며 "국회의장의 권위가 사회 보는 것인데 그것까지 상임위원장한테 넘기면 의회가 그만큼 권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했다.
정 전 의장은 "제도만 바꾼다고 해서 국회가 달라지겠나. 문화가 더 중요하다"며 "의회나 우리 의회 구성원인 지도자들은 어떻게 문화를 생산적으로, 국민을 위하는 방향으로 바꿀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정치를 잊어버리고 지내도 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은 정치 과잉 상태"라며 "제도도 정비하면서 문화를 바꿔나가며 정치가 국민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외에도 정 전 의장은 이날 정당 현수막 폐지와 막말 정치를 바로잡기 위한 국회윤리실천규범의 세밀화 등을 국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김영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서영교·김교흥·김병주·송기헌·최민희·김윤·박민규 의원 등이 참석했다.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와 정춘생 혁신당 최고위원도 자리했다.
'미래를 여는 의회민주주의 포럼은' 22대 국회 초반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김영진 의원이 주축이 돼 만든 의원 연구단체다.
지혜진 기자 hey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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