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2013년 계사(癸巳)년 새해 뱀때 해를 맞아 '천태만상' 뱀의 여러얼굴을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상상세계와 현실세계에서 뱀의 다양한 모습을 민속 유물과 설화 애니메이션 컨텐츠를 통해 다각적으로 보여준다.
십이지 동물중 여섯번째인 뱀은 불사(不死)와 재생(再生)의 상징이자 남남동쪽을 수호하는 방위의 신이다. 현실세계에서 뱀은 위험하고 징그러운 동물에 불과해, 사람들은 뱀을 항상 경계하고 피하면서도 백년 묵으면 용이 되어 승천한다는 기묘하고 신비스런 존재로도 여겼다. 뱀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는데 뱀은 인간을 대신해 여러얼굴을 지닌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서울 세종로 경복궁 내 위치한 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2에서 '상상과 현실, 여러 얼굴을 가진 뱀' 전시를 내년 2월 25일까지를 개최한다. 십이지 뱀그림, 해상명부도 8폭병풍, 이삼만 작 산광수색 등 40여점이 소개된다. 뱀의 생태와 문화의 접점에서의 뱀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전시는 ‘1부 십이지신-뱀, 2부 상상 속의 뱀, 3부 현실 속의 뱀, 4부 상상과 현실의 접합점-뱀신앙’ 등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십이지의 여섯 번째 동물로 사람들에게 숭상을 받고 있는 뱀은 한국인의 12분의 1은 아마도 뱀띠일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진다. 조선후기부터 민간에 크게 유행한 당사주책에는 뱀띠는 "용모가 단정하고 학업과 예능에 능하며 문무를 겸비했다"고 쓰여있다.
하지만 현실세계에서 뱀은 사람들에게 피하고 싶은 징그러운 존재에 불과했다. 둘로 갈라져 날름거리는 혀, 징그러운 비늘로 덮인 몸, 몸으로 기는 기괴한 이동법 등은 사람들에게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또 뱀의 치명적인 맹독은 사람들에게 뱀을 피하는 방법을 강구하도록 했다. 한편 뱀은 노쇠한 몸에 원기를 가져다주는 신비한 명약이기도 했다. 사람들은 뱀을 잡아 돈을 벌었고, 뱀을 먹고 건강해지길 원했다.
현실에서 뱀의 부정적인 인상에도 불구하고 상상 세계는 뱀의 주무대이자 그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십이지 동물 가운데 뱀처럼 상상의 세계에서 많은 이야기를 가진 동물도 없었다. 한국 설화 속에서 뱀은 인간의 여러 얼굴을 보여주는 대리자로서 인간 내면의 여러 요소가 기묘한 동물인 뱀의 입과 몸을 빌려서 나타난다. 설화 속에서 뱀은 은혜를 갚는 선한 존재로, 복수의 화신으로, 때로는 탐욕스런 절대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오래 묵은 구렁이인 이무기는 용이 되어 하늘로 승천하고 싶은 자신의 소망을 이루기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며 기다리는 인내의 상징이다. 또한 저승 세계에서 뱀은 악인을 응징하는 절대자로 나타나며, 악한 사람은 뱀이 되어 다시 태어나기도 했다.
더불어 사람들은 상상 세계의 뱀을 현실 세계에서 자신의 바람을 이루어 주는 신적인 존재로 생각하여 섬기기도 했다. 제주도는 다른 지방에 비해서 뱀 신앙이 매우 강했다. 조선 중기 문신 김정이 남긴 '제주풍토록'에 따르면 제주도에서 뱀은 이 시기에 이미 신으로 추앙받았다. 1794년 강원도 삼척의 한 효자에게 나타난 파란 뱀 이야기는 노부의 병을 낫게 해준 신비한 존재로, 상상의 세계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가 고문서로 기록돼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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