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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독 2차대전 후 첫 상호방위 조약…과거사도 잊게 한 러 위협[AK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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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프·독 3각 공조 체제 완성
美, 한·일 방위협정 압박 거세질듯





영국과 독일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으로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며 유럽의 안보 지형에 획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번 협정으로 영국, 프랑스, 독일의 3각 방위체제가 완성되면서,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는 유럽의 자체 방어 능력이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협정이 단순한 군사협력을 넘어 핵 억지력 공유까지 포함한다는 것이다. 협정 내용에는 "양국이 핵 문제를 포함한 상호 이익의 방위 문제에 대해 면밀한 대화를 유지한다"는 조항이 명시되어 있어, 유사시 영국의 전술핵무기가 독일 지역에 배치되거나 독일 영토를 통해 다른 유럽 국가로 배치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이는 앞서 영국과 프랑스가 맺은 핵 억지력 협력 합의에 이은 것으로, 독일까지 참여하면서 유럽 주요 3개국이 미국과 별개로 사실상 '유럽판 핵우산'을 구축하게 된 셈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만을 의존할 수 없다는 유럽의 현실적 판단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번 3각 동맹 체제 구축의 배경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러시아의 지속적인 위협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2029년경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잃은 재래식 전력을 완전히 회복하고 추가 확장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는 이미 폴란드를 비롯한 나토 가맹국 국경에 병력을 전진 배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후에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위협 인식 하에서 유럽은 그 이전에 자체적인 방위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영·독 2차대전 후 첫 상호방위 조약…과거사도 잊게 한 러 위협[AK라디오] 1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체결된 영국과 독일간 상호방위협정 서명식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오른쪽)와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왼쪽)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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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러시아의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문제가 새로운 분쟁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폴란드 동북부에 위치한 이 지역은 과거 독일 영토였다가 2차 대전 후 소련에 점령되어 현재까지 러시아 영토로 남아있는 곳으로, 러시아가 초음속 미사일 등 각종 전력을 배치해두고 있다. 독일 본토까지 직접 미사일 공격이 가능한 거리에 위치해 있어, 영독 핵 공유 협정에 대한 러시아의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영국과 독일이 이처럼 긴밀한 방위협력에 나서게 된 것은 과거사 문제를 완전히 극복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독일은 1차, 2차 세계대전을 모두 일으킨 국가로서 냉전 시기까지도 유럽 국가들의 감정이 좋지 않았고, 독일 역시 "더 이상 유럽에서 전쟁을 일으킬 나라가 아니다"라는 점을 증명하는 데 주력해왔다.


또한 동서 냉전 시기 서독과 동독이 최전선 지역이었기 때문에 함부로 군비를 증강하거나 다른 나라와 핵방위 협정을 맺는 것을 조심스럽게 진행해왔다. 특히 독일은 1960년대부터 시작한 '동방정책'을 통해 소련과 상당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는데, 러시아와 유럽을 연결한 송유관과 가스관도 실제로는 독일이 소련에 차관을 제공하고 기술을 이전해 건설한 것이었다.


이러한 독일의 친러시아 성향은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도 미국, 영국, 프랑스의 우려를 샀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면서 독일도 방위협력에 적극 나서게 된 것이다.


러시아의 강력 반발과 새로운 분쟁 가능성러시아는 이번 영독 방위협정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도 독일과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속적으로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감이 커진 상태인데, 여기에 핵우산 합의까지 이루어지자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영·독 2차대전 후 첫 상호방위 조약…과거사도 잊게 한 러 위협[AK라디오] 24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세베로드빈스크 항구에서 열린 신형 핵잠수함 진수식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특히 러시아는 칼리닌그라드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할 수 있다고 압박하며 이 협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럽 주둔군 사령관 크리스 카보리 대장이 "나토가 유사시 필요하면 칼리닌그라드를 군사적으로 점령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도 긴장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또한 폴란드와 벨라루스 국경지대에 러시아군이 이동하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오면서 새로운 분쟁 지역이 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벨라루스는 사실상 러시아의 위성국가 형태로, 이곳을 통한 러시아의 군사 도발 가능성에 대해 폴란드가 국경을 아예 봉쇄한 상태다.


유럽의 3각 동맹 체제 완성은 동북아 지역, 특히 한미일 협력체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그동안 한미일 3각 공조체제 구축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지만,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와 독도와 같은 영토 분쟁 문제로 인해 상호방위조약에 있어서는 거리를 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한일 관계만큼이나 과거사 문제가 얽혀 있던 영국과 독일이 현실적 위협 앞에서 과거를 접어두고 군사협력에 나서면서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의 위협을 고려할 때 동북아에서도 빠른 공조체제 구축이 필요하다는 압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대만 해협 분쟁 발생 시 한미일 3국이 어떤 방식으로든 개입될 수 있는 상황은 유럽이 공동으로 러시아를 막아야 하는 상황과 매우 유사하다는 것이 미국의 분석이다. 미국은 이미 인도, 일본, 호주, 미국 4개국 군사협의체인 '쿼드(QUAD)'와 미국, 영국, 호주 안보체제인 '오커스(AUKUS)'를 구축했으며, 여기에 한국, 일본, 미국이 포함된 '동북아 나토' 체제 구축을 원하고 있다.


한국 정부로서는 앞으로 이 부분에서 외교적 조율이 매우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과의 외교 관계 및 경제적 연관성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의 군사협력 강화는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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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사례를 보면 현실적 위협 앞에서 과거사 문제를 뛰어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동북아의 경우 중국이라는 거대한 경제 파트너의 존재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은 안보적으로는 미국, 일본과의 협력이 필요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앞으로 한국 정부는 이러한 지정학적 변화 속에서 국익을 최대화할 수 있는 균형 외교를 펼쳐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변화가 동북아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최적의 전략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마예나 PD sw93yen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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