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KB금융지주의 ING생명 인수가 고지를 앞두고 표류하고 있다. KB 내부 뿐 아니라 금융당국도 인수가격이 높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당국 및 KB금융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KB금융이 제출한 ING생명 매입을 위한 자금조달 방안을 되돌려 보냈다. 방안에는 KB은행에서 1조원의 배당을 받고 회사채를 발행해 나머지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회사채를 통해 자금확보를 할 수 있지만 배당이 다소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은행 순이익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주사가 고배당을 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지만 속내는 ING생명 인수가격이 높다는 의중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KB금융지주는 ING생명 인수가격을 2조5000억~2조8000억원 수준으로 설정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최근 유럽발 재정위기와 경기하락 등을 감안하면 이 가격은 다소 높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인 것이다.
또 다른 금감원 관계자는 "ING생명이 KB금융에 인수되면 KB생명과 합병을 할텐데, 결국 'ING'라는 브랜드가치는 사라지게 된다"면서 "없어질 가치까지 가격에 반영할 필요는 없지 않냐"고 반문했다.
KB금융지주 내부에서도 가격 문제를 놓고 이견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인수 반대의사까지 표시하고 있는데 이유는 금감원과 비슷하다.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ING생명 한국법인의 가격에 ING브랜드와 대졸 출신 설계사 조직 가치 등을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부 이사회 멤버들은 설계사의 조직 이탈과 파업, ING의 한국시장 철수 등으로 인수 가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1000억원 이상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ING생명 한국법인은 지난해 2410억원의 순익을 올리는 등 국내 생명보험업계 5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외국계기업 중에서는 가장 높다.
금융당국과 KB금융지주 이사회내 일부가 가격 적정성을 걸고 넘어지면서 KB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당초 설정한 인수가격 범위 이상으로 깎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자금확보안을 사실상 돌려보낸 금감원은 일단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중 KB금융지주와 ING가 인수 서명을 한다는 소식도 들리고 있는데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본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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