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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오지않는 5호실의 적막…'가족도 거부' 세상에 없던 듯 외롭게 갔다[2025 무연고사 리포트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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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5일 오전 강원도 원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상주와 조문객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가장 작은 빈소인 5호실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황씨는 "대개 운구는 유족이 함께 하는데, 권씨 같은 무연고자는 찾아오는 가족이 없어 나와 화장장 직원 둘이서 운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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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고 사망자 권모씨 공영 장례식 르포
아파트서 홀로 발견…유족은 인수 거부
화장 후 산골 과정까지… 마지막 동행

지난달 5일 오전 강원도 원주의료원 장례식장은 상주와 조문객들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가장 작은 빈소인 5호실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풍겼다. 이곳에는 고(故) 권모씨의 빈소가 영정사진도 없이 차려져 있었다. 조문객은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빈소 옆 식당에도 불은 꺼져 있었다.


기자는 비어있던 제사용 향로에 첫 번째 향을 피운 뒤 권씨를 조문했다. 빈소 앞 의자에 앉아 기다리기를 30분, 지역 봉사단체 회원 3명이 권씨를 조문하기 위해 찾아왔다. 김동희 봉주르Wonju봉사단 대표는 "원주뿐 아니라 경기도 등에서 무연고 사망자나 고독사한 사람이 생기면 공영 장례식을 찾아 조문하고, 고인의 집을 찾아 유품을 정리해주는 등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도 오지않는 5호실의 적막…'가족도 거부' 세상에 없던 듯 외롭게 갔다[2025 무연고사 리포트④] 지난달 5일 오전 찾은 강원도 원주시의 원주의료원 장례식장 5호실에 권모씨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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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단원들이 조문을 마치고 떠난 뒤 5호실에는 다시 적막감이 찾아왔다. 다른 빈소로 향하는 떡이나 근조화환 배달 외에 빈소 앞을 지나가는 사람조차 없었다. 원주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 장례식에는 종교단체가 장례 의식을 치러주는 절차를 진행해주지만, 연말 바쁜 일정으로 이마저도 불발됐다.


권씨는 지난 9월18일 악취가 난다는 이웃의 신고로 원주의 한 아파트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같은 달 2일부터 수도 사용량이 없었던 것에 비춰볼 때 권씨는 사망한 지 16일 만에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권씨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러줄 가족은 없었다. 경찰은 원주시에 권씨의 시신을 인계했고, 그는 무연고자가 돼 공영장례를 치르게 됐다.


아무도 오지않는 5호실의 적막…'가족도 거부' 세상에 없던 듯 외롭게 갔다[2025 무연고사 리포트④] 지난달 6일 무연고 사망자 권모씨를 화장장으로 옮기기 전 장의업체 대표 황장수씨(59)와 장례식장 관계자가 잠시 묵념하고 있다. 박승욱 기자

권씨에게 가족이 없는 건 아니었다. 경찰과 원주시가 여러 차례 연락을 했지만, 그들은 권씨의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했다. 권씨는 생전 심한 지적장애를 앓으며 혼자 살고 있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빈소는 지인이나 가족이 다녀갈 수 있도록 하루 동안 유지됐으나 이곳을 찾은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음 날 오전 10시30분께 다시 찾은 장례식장에는 고인을 태운 운구차량이 화장장으로 이동할 준비를 마쳤다. 장례식장 직원과 운구차량을 몰고 온 장의업체 대표 황장수씨(59)는 잠시 묵념한 뒤 이내 원주 추모공원으로 향했다. 추모공원에 도착하자 화장을 위한 서류 작성은 황씨가 맡았다. 황씨는 주머니 속에서 시체 검안서를 꺼내고 접수실에서 정보수집동의서, 유택동산 신고서 등 서류를 직접 작성했다.


아무도 오지않는 5호실의 적막…'가족도 거부' 세상에 없던 듯 외롭게 갔다[2025 무연고사 리포트④] 지난달 6일 무연고 사망자 권모씨의 유골이 유택동산에 뿌려졌다. 박승욱 기자

이후 기자와 황씨가 고인을 운구했다. 황씨는 "대개 운구는 유족이 함께 하는데, 권씨 같은 무연고자는 찾아오는 가족이 없어 나와 화장장 직원 둘이서 운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운구를 마치고 황씨는 떠났고 약 2시간 화장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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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장 측에서 마련해 준 유족 대기실은 문이 열린 채 텅 비어 있었다. 화장이 끝나자 추모공원 직원이 장갑을 낀 채 권씨의 유골함을 챙겨 유택동산으로 향했다. 직원은 조용히 산골(散骨)을 진행했고, 빈 유골함과 한지는 한 곳에 모아 뒀다. 권씨는 그렇게 쓸쓸히 떠났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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