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석·명품 브랜드 제품에 '가난하다' 표현
실제 빈곤의 고통 외면한 '놀이화' 비판 확산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이른바 '가난 챌린지'가 확산하는 가운데 경제적 여유를 과시하며 스스로를 '가난하다'고 표현하는 게시물이 빈곤을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 가난이 지닌 무게와 고통을 외면한 채 자조적 농담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스타그램과 엑스(X·옛 트위터) 등 SNS에서는 '이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문구와 함께 고가의 소비를 드러내는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비행기 일등석에 앉은 사진에 "이 지긋지긋한 가난"이라는 문구를 덧붙이거나 김밥과 라면 사진 옆에 고가의 외제차 스마트키를 함께 찍어 올리며 "언제쯤 이 가난에서 벗어날까"라고 적는 식이다.
명품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 사진에 같은 문구를 달거나 넓은 거실에 고가의 미술품이 걸린 집 내부를 공개하며 "가진 거라곤 그림 몇 개뿐"이라고 표현한 게시물도 등장했다. 겉으로는 가난을 자조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여유를 우회적으로 과시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가난 챌린지'가 온라인상에서 빠르게 확산하자 반응은 싸늘하다. 게시물을 접한 누리꾼들은 "가난이 웃음이나 유행의 소재가 될 수 있느냐", "그냥 부를 드러냈다면 부럽기라도 했을 텐데 이건 불쾌하다", "아무리 트렌드라도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는 비판을 쏟아냈다.
비판의 핵심은 가난이 지닌 현실적 고통과 사회적 맥락이 지워졌다는 점이다. 실제 빈곤이 동반하는 문제는 사라진 채 '가난'이라는 단어만이 하나의 밈(meme)처럼 소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가수 겸 배우 김동완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걸 자조 섞인 농담이라고 하기에는 타인의 결핍을 소품으로 다루는 것처럼 보인다"며 "가난은 농담으로 쓰기 힘든 감정이다. 웃기기 위해 할 수 없는 말들이 있고 지양해야 할 연출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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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박완서 작가의 단편소설 '도둑맞은 가난' 속 한 문장도 소환되고 있다. '그들은 빛나는 학력, 경력만 갖고는 성이 안 차 가난까지 훔쳐다가 그들의 다채로운 삶을 한층 다채롭게 할 에피소드로 삼고 싶어한다는 건 미처 몰랐다'는 문장이 지금의 '가난 챌린지'를 그대로 설명하는 것과 같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박은서 인턴기자 rloseo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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