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할 가족도 없는 순수 무연고자 22.2%
시신 44%는 장례 직전 가족에게 넘겨져
최근 약 5년간 발생한 무연고 사망자 10명 중 3명은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아시아경제가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 무연고 사망자를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경찰이나 지자체에서 연고자에게 연락했으나 무응답 또는 시신 인수 거부·기피로 무연고자가 된 사망자는 시신 위임자가 확인되는 2만1896명 중 7336명(33.5%)이었다. 무연고 사망자는 가족 등 연고자가 아예 없거나 연고자가 있어도 그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기피한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여기에 지자체 통계상 연고자에 대한 자료가 아예 없거나 확인이 불가능한 경우인 1747명(7.98%)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유가족으로부터 외면받은 무연고자의 비율은 40%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한 지자체 무연고사망 담당자는 "최근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이유도 다양한 것으로 조사됐다. 단순히 '가족 간의 불화'나 '관계 단절'만이 원인은 아니다. 평소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계를 유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장례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불가피하게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도 있었다. 이들은 고인을 서류상 무연고자로 등록한 뒤, 지자체가 지원하는 공영 장례를 통해 마지막 인사를 대신하기도 한다. 서울 영등포구 무연고 사망 담당자는 "시신 인수를 거부하거나 기피했다고 해서 무작정 안 좋게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시신을 인도받는 가족들을 보면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서류상으로도 연락할 연고자가 전혀 없는 이른바 '순수 무연고자'는 4861명으로 전체의 22.2%였다. 이들은 연고자가 확인되지 않아 지자체 조례에 따른 공영 장례 절차를 거쳐 곧바로 화장됐다. 이들 순수 무연고자에 무응답, 거부·기피, 확인 불가 무연고 사망자 비율을 합치면 63.7%로, 10명 중 6명이 넘는 무연고 사망자가 홀로 생을 마감했다.
모든 무연고 사망자가 홀로 생을 마감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 관계가 소원해진 채 홀로 살다 사망했더라도, 가족이 뒤늦게 시신을 인수하는 경우도 있다. 조사 결과 배우자나 직계가족에게 인계된 경우가 5612명(25.6%)으로 가장 많았으며, 형제·자매나 조카 등 방계 혈족에게 위임된 경우도 4087명(18.7%)으로 집계됐다. 현재 행정 절차상 무연고 사망자가 접수되면 약 2주간의 연고자 탐색 기간을 거치는데, 이 과정에서 가족이 나타나면 장례와 화장 절차가 유가족의 주도하에 정상적으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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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현숙 한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서 연락을 끊는 사례가 많이 발견되는 등 가족 관계가 단절된 1인 가구가 늘어나고 있다"며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실패한 개인이 빈곤으로 떨어지지 않으면서 다시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보호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승욱 기자 ty1615@asiae.co.kr
최영찬 기자 elach1@asiae.co.kr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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