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초대석-노대래 방위사업청장
[대담= 백우진 정치경제부장]"TV를 구입하러 아내와 함께 전자제품 매장에 갔는데, 여러가지 조건을 따져야 하더라. 하물며 8조원이 넘는 차세대전투기사업(FX) 3차사업 아닌가. 우리가 후보기종을 타보지도 않고 구입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질문도 하기 전에 노대래 방위사업청장(56ㆍ사진)은 FX 후보기종인 록히드마틴의 F-35를 겨냥한듯 말을 쏟아냈다. 미국 정부는 내부규정에 따라 F-35에 외국인이 탑승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 공군의 테스트 비행 요구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노 청장은 또 정치권에서 주장하는 'FX 차기정부 연기론'에 대해 "협상을 위한 연장은 있을 수 있지만 연기는 없다"며 "연장과 연기는 엄연히 다른 단어"라고 잘라 말했다. 188cm의 시원한 키만큼이나 시원시원한 답변이었다.
-올해 방산수출 목표가 30억달러다. 전반기 15억달러를 달성했는데 하반기 전망은 어떤가?
"하반기 60여개국을 상대로 군용차량, 탄약, 전차부품 등 15억 3019달러어치를 수출했다. 수출액으로는 올해 3월 대우조선해양이 영국 해군에 군수지원함 4척을 7억2175만달러에 수출한 건이 가장 컸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간다면 30억달러 달성은 충분할 것 같다.
이달 안에 KT-1 기본훈련기와 소해함(기뢰제거함)의 페루, 인도 수출이 각각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 T-50 고등훈련기 24대(11억달러 규모)를 수출하는 문제는 내달 이라크 국방장관이 방한해 국방협력 협정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수출도 중요하지만 방산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데도 만전을 기해야 한다. 방산기밀유출 차단을 위해 전담팀 신설했지만 현장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닌가
"산업보호를 위해 기술유출을 방지하는 것은 우리 몫이다. 하지만 현재 방산기업들의 기술보안 수준은 아직 미흡하다. 현장감독자도 현장에서 감독하는 방법을 모른다. 우리 청도 마찬가지다. 기술유출 방지 교과서를 하나 만들어 교육을 하려고 해도 교과서조차 만들지 못하는 수준이다.
예전에는 기업에서 보안교육을 통제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규제가 있었기 때문에 특허도 늘어난 것이다. 흘러 나가는 기술만큼 들어오는 기술이 적은 것도 문제다"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기술을 방산기업에 이전한다고 했다. 현재 진행속도는 어떤가?
"지난해부터 2016년까지 총 9개사업을 단계적으로 방산기업주관으로 전환중이다. ADD는 민간에서 개발이 곤란한 전략무기와 미래 핵심원천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것이다. 이에따라 ADD인력축소 등 조직개편 등을 검토 중이다.
기술이전을 하게 되면 앞으로 정부가 처음부터 업체에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는 일은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방산기업의 상품을 구입할 때 연구개발비까지 포함한 가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변할 것이다."
-명품무기들의 부실설계문제를 놓고 방산기업들만 지체상금(방산기업이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할 경우 내는 일종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지적이 있다.
"침수사고가 발생한 K-21 장갑차의 경우 설계를 담당한 ADD에 대해 검찰에서 수사중이다. 업체의 지체상금문제는 인과관계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이점은 법원에서 정확한 검증을 받아야 할 문제다."
침수사고가 발생한 K-21 장갑차의 책임을 놓고 형평성 문제가 제기됐었다. 군당국의 조사결과 침수원인은 ADD의 설계결함으로 드러났지만 책임은 생산업체인 두산DST가 지체상금 95억원을 무는 것으로 결론났다. 사고에 책임이 있는 방위사업청, 국방과학연구소, 국방기술품질원, 육군시험평가단은 개인의 경고, 주의조치로 끝났다.
-K2전차의 파워팩의 국산화작업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얼마전에 시험평가가 진행중인 양평지역을 다녀왔다. 현지 사단장도 많이 좋아졌다고 칭찬하더라. 현재 개발상황은 9부능선까지 온 것 같다. 개발이 다 된 상황에서 포기해서는 안된다. 2차 양산분도 곧 수입이냐 국산이냐 결정되겠지만 기업도 좀 더 개발의지를 갖고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방위사업청은 지난 4월 현대로템에서 생산하는 K2전차 1차 양산분 100대에 대해 해외파워팩(Power Pack.엔진+변속기)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국산화를 위해 정부 725억원, 업체 555억원 등 총 1280억을 투자했지만 결국 수입으로 결정했다. 2차 양산분에 대한 양산시기와 평가시기는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국내 방산기업들의 원가 부풀리기가 줄어들고 있지 않다. 대책은 없나
"원가는 기업들에게 영업비밀에 속하기 때문에 공개하기를 꺼린다. 외국기업의 경우에는 원가자료를 요구해도 응하지 않을 때가 대부분이다. 대처할 방법도 없다. 하반기부터 국방통합원가시스템을 운영할 것이다.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운영하기 때문에 원가부정행위 기업을 충분히 적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노대래 청장은= 노대래 청장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행시23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차관보 등 요직을 거친 정통 경제전문 관료다. 노 청장은 지난해 3월 전임 장수만 청장이 함바비리에 연루돼 물러난 뒤 '방사청 개혁' 해결사로 투입됐다.
군납 등 방사청 업무과정에서의 비리척결이 정 권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였기 때문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대래 신임 방위사업청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방위사업청은 개혁 과제가 많은 곳"이라며 "강력한 의지를 갖고 부패 고리를 끊어달라"고 주문했다.
올해는 개혁과제에 차세대전투기(FX) 3사업, 공격형헬기 도입사업 등 '협상과제'까지 해결해야한다. 사업결정 하나로 우리 군이 향후 30년간 사용할 전력무기가 바뀔 수 있다. 물론 전력무기에 따라 전략도 바뀐다. 이 때문에 노청장은 고민이 많다.
노 청장은 고민에 빠질 때면 독일에서 재정관으로 근무할 때부터 즐긴 자전거를 탄다.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 자전거를 타고 15분거리 텃밭으로 향하며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요즘 텃밭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것이 상추다. 텃밭 농사를 자랑하던 노 청장에게 인터뷰가 끝날 무렵 "방사청을 떠나면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노 청장은 "내가 하는 일은 장병들이 편하게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며 "시간이 흐른 뒤에 마음편히 지켜보려면 지금 하는 일에 후회없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방위사업청 조직은 노 청장 취임이후 많은 변화를 겪었다. 비리척결은 물론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이었다. 노 청장의 조직개편이 어떤 성과를 거둘지 지켜봐야할 때다.
▲약력= △1956년 충남 서천 출생 △서울대 법학과 △경원대학교 행정학 박사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과장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 △개획재정부 기획조정실장 △기획재정부 차관보 △조달청장
정리=양낙규 기자 if@
사진=양지웅 기자 yangd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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