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뜨거워진 라면시장의 포커판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스페이드, 다이아몬드, 하트, 클로버.
4개의 문장으로 나눠진 총 52장의 카드. 정식명칭은 '트럼프'지만 흔히 '포커'라는 말로 통칭되는 이 카드 게임은 고스톱에 이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즐겨 하는 오락거리 중 하나다.
고스톱 마니아들은 포커를 너무 운에 의존하는 게임이라고 말한다. 고스톱은 상대와 나의 전력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다음 수를 예측하면서 수많은 전략 전술을 구사할 수 있지만 포커는 7장의 카드를 순서대로 받은 후 결국 제일 높은 패를 만든 사람이 이기는 단순한 구조라는 것.
그런데 이건 진정한 포커를 모르고 하는 소리다. 그 단순한 구조 속에서 전술을 구사하자니 고스톱 보다 몇 배나 더 머리를 싸매야 하고 거기다 상대를 속이기 위한 심리적인 '연기'까지 곁들여야 하는 고난이도 게임이 바로 포커다.
포커 마니아들은 흔히 이렇게 말한다. '히든에 띄우는데 장사 없다' 포커는 6장 까지는 아무런 패가 아니었다고 해도 마지막 카드인 히든이 어떤 카드냐에 따라 '스트레이트'나 '플러시'가 될 수도 있고 '투페어'가 '풀하우스', '윈페어'가 '트리플,' 그리고 트리플은 사실상 최강의 패라고 할 수 있는 '포카드'가 되기도 한다.
간혹 마지막까지 포기 하지 않고 끈덕지게 따라 붙은 초보들은 왕왕 히든에 결정적인 패를 띄워 크게 이기는 일이 포커판에서는 흔히 벌어지기도 한다.
라면시장에서 농심은 시장점유율 68%가 넘는 절대 강자다. 맞수였던 삼양이 우지파동 이후 끊임없는 실패로 13% 라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한 후 농심의 패권은 절대적이었다.
농심의 신라면은 포커의 패로 치면 완성된 트리플쯤 된다. 히든에 무슨 카드가 나오던 농심은 거의 결정적인 승기를 쥐고 가는 셈이다. 느긋하게 판돈만 올리면 되는 농심과 달리 삼양은 매번 받아드는 카드마다 실패의 거듭 이었다.
그러나 삼양은 6번째 카드까지도 여전히 앞이 안 보이는 깜깜한 패를 받았지만 결코 포기 하지 않았다. 잃어버린 왕좌를 찾기 위해선 암울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결정적인 히든카드가 필요했다. 그리고 마치 거짓말처럼 기회가 왔다. 옆자리 한국야쿠르트가 '꼬꼬면'이란 히든을 받아든 순간 삼양에게는 '나가사키 짬뽕'이란 강력한 패가 들어 온 것.
농심의 독주였던 라면시장에서 삼양의 나가사키 짬뽕과 야쿠르트의 꼬꼬면에 기세가 거세다. 방심하던 농심으로썬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지만 마땅한 방어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오랜 세월 싸움의 기세를 잡지 못했던 삼양은 이제야 다시 한 번 농심에 도전할 만한 카드를 얻었다. 비록 한 번에 시장을 뒤집을 순 없겠지만 적어도 절망적이었던 지금까지의 처지에서 다음 판을 준비할 수 있는 계단을 마련한 셈. 2조원대 규모가 임박해 있는 라면시장의 패권을 놓고 싸우는 포커판의 승부가 갑자기 뜨거워진 양상이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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