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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600만시대<上> 바로 당신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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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택배기사 10년차인 박기열(35·가명)씨는 하루 평균 100곳, 한 달에 많으면 3000곳을 돈다. 건당 3000원의 택배비에서 그의 몫은 1000원 안팎이다. 한 달 수입이 300만원이지만 기름값과 유지비, 속도, 주차위반 벌금에 휴대전화 요금 등을 빼면 매달 집에 가져가는 돈은 150만원 남짓이다.


수도권의 사범대를 졸업한 김미영(29·가명)씨는 일명 88만원 세대다. 교원임용고시에 수차례 떨어지고 그가 갈 곳은 학원 밖에 없었다. 일주일에 4일, 하루 5시간씩 일하고 받는 돈은 90만원. 김씨는 “시급으로 따지면 4만5000원으로 많이 버는 것 같지만 학원행정업무 등을 감안하면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라고 말한다.

2007년 7월에 도입된 비정규직 보호법이 벌써 4년째를 맞고 있지만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은 수적으로 오히려 늘었고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범정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하기로 26일 전격 결정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차관이 위원장으로 다음 달부터 본격 가동된다.


올해 1·4분기 기준으로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135만6000원(통계청). 정규직 임금 236만8000원의 57% 수준이다. 2004년엔 65% 수준이었으나 격차가 더 벌어졌다. 비정규직 가운데 퇴직금이나 상여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이 전체의 60%다. 비정규직 10명 가운데 7명은 유급휴가를 쓰지 못한다. 비정규직의 사회보험 가입률은 국민연금 40%, 건강보험 45%, 고용보험 44%에 불과하다.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통계마저 엇갈리고 있다. 고용부는 올해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비정규직을 577만1000명, 전체 임금근로 1706만5000명의 33.8%로 보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고용계약기간이 1년 미만인 임시 일용직 전부를 비정규직으로 분류해 비정규직을 859만명(전체의 50.3%)으로 추산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정규직으로 가는 문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대졸 취업자 48만여명 가운데 정규직은 절반 수준인 26만여명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비정규직, 임시직, 일용직 등이다. 특히 취업이 되지 않아 '졸업 유예' 등으로 장기 학적을 보유하고 있는 학생들의 '포기 소득'을 감안하면 이들에 대한 사회적 비용은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비정규직은 우리 사회의 고립된 섬과 같다. 보이지 않는 계급을 형성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간극을 메울 것이라던 '중규직'도 대안은 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창구직원은 정규직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실상 무기계약직이다. 연봉도 정규직 신입 행원으로 입사한 동기들의 60%에 불과하다. 우리은행의 한 창구직원은 “입사 초기에는 기뻤지만 시간이 갈수록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벌어지는 격차로 인해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비정규직 보호법도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입법에 관여한 한 노동부 전직 고위 관료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을 통해 정규직과 차별을 없애는 데 실패했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600만이냐 800만이냐 하는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한발도 진전하기 힘들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동일한 일을 하는데도 고용 형태가 다르다고 임금 등 여러 면에서 차별받는 문제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며 “당사자들이 양보하고 타협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채필 고용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은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개별근로자의 고용안정성이 결합된 문제”라며 “범정부 TF팀을 구성해 다각적인 대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미 기자 askm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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