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 잠식땐 타격…낸드플래시 수요급증땐 호재
[아시아경제 김진우 기자]올해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최고 이슈로 부각된 가운데, '산업의 쌀'로 불리는 D램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스마트 기기의 출연으로 고전을 겪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등 국내산 D램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60%를 상회하고 있어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올해 IT시장이 태블릿PC의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D램 산업이 몇 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지적의 요지는 D램이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이 스마트 기기에 의해 잠식될 수 있다는 것으로, 특히 일부 태블릿PC는 D램의 구형 모델인 'DDR(Double Data Rate)2'를 탑재하고 있어 D램 산업의 잠재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마이크 하워드 아이서플라이 수석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PC 1대당 탑재되는 D램의 양이 3.25기가비트(GB)인 반면, 태블릿PC는 1GB에 불과하다"면서 "태블릿PC에 들어가는 D램의 가격이 PC향보다 비싸지만 기기당 탑재되는 D램의 양은 큰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시장에서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에 들어가는 스페셜티 D램이 PC향 D램보다 30~40% 높은 가격에 거래가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하워드 수석연구원은 "더욱 큰 우려는 태블릿PC가 PC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태블릿PC가 유사 기능의 노트북과 넷북은 물론, 일반 PC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300달러 이하의 PC 제품은 여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국내 D램 업계 종사자들은 스마트 기기의 출연이 잠재적 도전이 될 수 있겠지만, 다양한 기기의 출연으로 D램 시장이 더욱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등 스마트 기기 시대의 도래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낸드플래시의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반대급부로 D램의 수급 상황이 개선되는 효과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업체 관계자는 "어떠한 스마트 기기가 나오든지 D램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PC 수요가 감소할 수 있지만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이 생성되고, 새로운 기기가 탄생하면서 D램 시장은 더욱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장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마이크론은 현재 D램과 낸드플래시 공정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면서 "스마트 기기 시장의 활성화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이들 업체가 D램 공정을 낸드플래시로 일부 전환할 경우 D램 수급 상황이 나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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