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지난 3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내놓은 신년사가 우리 사회 안팎에 묘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삼성 대표 제품이 10년 안에 사라진다는 이 회장의 우려 섞인 전망이 나왔기 때문이다. 불안하기는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10년후 미래 먹거리를 만들기 위해 대학들도 고민에 빠진 것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이공계 대학의 하나인 UNIST(울산과학기술대)는 2030년 대한민국의 먹거리를 책임진다는 자세로 이런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조무제 유니스트 총장은 미래 먹거리 분야 연구로 '원자력과 2차 전지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환경과 에너지 문제에 주목 = "혹시 드라마 '아테나' 보세요? 그 드라마에서 요원들이 첩보전을 벌이는 핵심기술이 원자력 기술입니다. 유니스트가 연구 중인 초장주기 고속형 원자로 기술이죠."
유니스트 친환경에너지공학부 방인철 교수의 설명은 방영 중인 드라마 얘기로 시작됐다. 유니스트에서는 현재 상용화된 2, 3세대 원전의 뒤를 이를 제4세대 미래형 원전을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엔 교육과학기술부 지원을 받아 원자력기초공동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미래형 4세대 원전은 2030년 이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의 경수로형과 가장 다른 점은 고속로(고속형 원자로)라는 점이다. 기존의 경수형 원자로는 우라늄의 극히 일부 밖에 활용하지 못한다. 자연상태의 우라늄 원광석에는 우라늄 238이 99.29% 들어있고 우라늄 235는 0.71%에 불과하다. 현재 상용화된 원자로에서는 이 가운데 비율이 낮은 우라늄 235를 2~4%로 농축해 원자력 연료로 활용해 왔다. 사과를 예로 들자면 씨만 활용하고 과육은 버려온 꼴이다.
하지만 고속형 원자로에서는 비율이 낮은 우라늄 235가 아니라 우라늄 238을 활용한다. 우라늄 238에 고속중성자를 쏘여 플루토늄 239로 만들고 다시 이것이 핵분열을 해서 발전하는 원리이다. 우라늄 비율이 0.7대 99.7이므로 우라늄의 이용율이 획기적으로 높아진다.
방 교수는 이에 따른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현재 비교적 쉽게 채굴할 수 있는 우라늄의 양이 한정되는 만큼 2, 3세대 원자로로는 원자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다는 설명이다.
유니스트의 연구는 고속형 원자로 가운데서도 특히 초장주기 원자로(Ultra-long Cycle Fast Reactor,UCFR)에 집중되고 있다.
초장주기 고속형 원자로는 우라늄 238을 활용하는 것과 더불어 핵연료의 재충전이 필요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원자로를 시공할 때 연료를 20~30년, 길게는 100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재충전없이 사용한다.
방사선 폐기물 문제와 사용 후 핵연료 문제가 거의 없다. 미국에서는 빌 게이츠가 이 기술을 연구하는 '테라파워'사에 투자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재 업계에서는 2030년까지 400기 가량의 원자로가 추가로 발주되고 시장규모는 70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차세대 원자로 연구는 그 다음 시장까지 바라보고 있다.
기존에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400여기의 원자로와 추가로 건설되는 원자로 모두 차세대 원자로로 대체될 수밖에 없는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는 전세계 에너지에서 원자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재 16% 수준에서 2030년에는 30%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듐고속냉각로'로 차세대 원전의 표준을 정하고 소듐고속증식원자로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비롯해 유니스트, 서울대, 카이스트 등의 대학에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방 교수를 비롯해 4명의 교수와 1명의 초빙교수진을 보유하고 있는 유니스트는 6명의 교수를 더 충원해 원자력 관련 연구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울산시는 울산을 원전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기 위해 2028년까지 9조4000억원을 집중 투입하겠다는 '원전산업 육성발전 마스터플랜'을 지난 연말 내놓았다. 이 마스터플랜은 ▲원자력 기관과 시설 유치 ▲원전설비 및 기자재산업 육성 ▲전문인력 양성 ▲원전타운 조성 ▲광역원자력벨트 구축 등 5대 분야에서 10개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포함하고 있다.
사업비는 국비 7조8600억원과 지방비 1950억원, 민자 1조3450억원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울산시는 "마스터플랜 추진에 따른 경제적 파급효과는 생산 유발 11조6937억원, 부가가치 유발 5조865억원, 취업 유발 8만2476명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무제 유니스트 총장은 "월성, 고리 등의 원자력 발전소가 자리한 동남권에서 유니스트를 필두로 한 대학들이 기초 연구를 맡으면서 지역사회와 연계해 새로운 산업을 육성하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차세대 전지 연구 5년간 200억원 지원 = 휘어지고 접히는 전지, 사람의 몸에 삽입하는 전지, 에너지 밀도를 높여 전기자동차를 현실화 시켜주는 전지. 유니스트의 미래먹거리 사업의 또다른 핵심테마가 이것이다. 친환경에너지공학부의 차세대 전지 연구인 이른바 플렉서블 전지와 2차 전지다.
유니스트 차세대전지기술융합연구단(단장 조재필 교수)은 휘어질 수 있는 '플렉시블 고체형 필름전지 개발'을 목표로 지난해 6월 설립됐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신기술 융합형 성장동력사업'에 선정돼 5년간 200억여원을 지원받아 500명의 연구 및 지원 인력이 투입될 예정이다.
유니스트를 주관 연구기관으로 LG화학, 서강대학교,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KETI(전자부품연구원)가 협동 연구기관으로 5개 세부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루트제이드, 씨아이에스, 코아칩스 등 전지 및 관련산업 분야의 중소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조 교수는 "목표대로 플렉서블 2차 전지기술의 3대 핵심기술(소재, 셀 디자인, 전원공급기술)을 확보하고 상용화 단계에서 세계 시장 우위를 선점한다면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먼저 전원공급원 관련 기술개발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우수한 지적 재산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 2차 전지 기업 'SB리모티브' 유치.. 1조 6000억원 생산유발효과 = 플렉서블 전원장치는 비교적 미래의 전지다. 박수진 친환경에너지공학부 교수는 "현재 노트북, 휴대폰, 전기자동차 등에서 가장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리튬 이온 전지에서도 유니스트는 실리콘계 음극 기술로 기업체에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수준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흑연 계열 음극 물질에서 실리콘계 음극 물질로의 전환은 에너지 밀도를 적어도 7배 이상 높여줄 수 있다. 김 교수는 "전기자동차의 경우 여전히 배터리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인데 실리콘계 음극 물질로의 혁신과 안전성 향상은 완전한 전기차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유니스트는 2차 리튬 이온 전지와 관련한 전문 연구진이 6명이나 모여있다. 음극 물질 전문가인 김 교수를 비롯해 송현곤 교수(양극), 이규태 교수(양극ㆍ음극ㆍ리튬황 전지), 최남순 교수(전해질), 박수문 교수(분석 분야) 등이다. 조재필 단장의 경우 양극ㆍ음극ㆍ리튬에어 전지가 전문분야다.
이런 기대 성과와 연구진은 기업 유치에 도움이 됐다. 지난 2009년 울산시는 하이브리드ㆍ전기자동차용 리튬 2차전지 생산공장인 'SB리모티브'를 유치했다. 삼성SDI와 독일 보쉬사가 50대 50으로 합작한 회사로 공장은 지난해 11월 준공됐다. 지난해 울산시 시민ㆍ공무원ㆍ교수 등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잘한 일로 꼽히기도 한 일이다. 공장 유치는 2014년까지 1조6000억원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지난해 울산에 '리튬이온 배터리 연구소'를 세운 다국적기업 솔베이 그룹과 SB리모티브 등은 유니스트와 리튬 이온 전지 기술을 공유할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울산=김도형 기자 kuert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