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의 노동당 규약이 30년만에 전면 개정됐다. 개정내용은 김정은 후계세습 안정화를 위한 장치로 손질했다.
정부 소식통은 7일 "노동당규약 서문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본문조항이 공개되기는 처음"이라며 "개정내용은 노동당을 ‘김씨왕조’의 사당화로 변화시켰으며 김정은의 권력세습을 위한 안전장치로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개정된 노동당규약의 주요내용은 크게 ▲5년주기 당대회 개최규정 삭제 ▲당총비서가 중앙군사위원장 겸직 ▲조선노동당을 김일성의 당이라고 명시한 것이다.
손질된 규정에는 5년주기 당대회 개최규정을 삭제하고 당중앙위가 당대회를 소집하며 소집날짜는 6개월 전에 발표하도록 해 '필요시 개최'가 용이하도록 했다. 이는 뇌졸중 후유증을 앓고 있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갑작스런 건강 악화에 대비하는 한편 후계체제 진전 속도에 따라 언제라도 당대회를 개최, 후계세습을 완성하기 위한 포석으로 분석됐다.
당총비서가 중앙군사위원장도 겸직하게 됐다. 규정에는 '당 총비서는 당의 수반으로서 당을 대표하고 전당을 영도한다'며 총비서의 지위도 명기했다. 당 총비서가 중앙군사위원장을 겸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현재 김정일 위원장이 맡은 총비서직을 김정은이 승계하는 것만으로도 당과 군의 전권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특히 김정은이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당 중앙군사위가 당대회와 당대회 사이의 모든 군사사업을 조직 지도하고, 국방사업 전반을 지도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해 당 중앙군사위와 국방위원회의 권한을 이중화했다.
선군정치에 따라 권한이 커진 군에 대해서도 '당의 영도하에 모든 정치활동을 진행한다', '각 부대에 파견된 정치위원들은 당의 대표로서 부대의 전반사업을 책임지며 장악.지도한다'라고 명시해 군에 대한 당의 통제를 강화했다.
이로써 김정은이 최고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를 보다 쉽게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선군 통치를 명분으로 군사 이외 분야까지 개입할 수 있도록 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인 김정은이 총비서직만 김정일로부터 물려받으면 자동으로 당중앙군사위원장이 돼 당군을 모두 장악하게 된다. 또 후계세습 구축 과정에서 혹시 있을지 모르는 군부의 반란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둔 것이라는 평가다.
개정된 노동당규약은 또 서문에서 기존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삭제하고 '조선노동당은 김일성의 당'이라고 규정해 노동당을 사당화했으며, '김정일은 당을 선군혁명승리를 위한 향도적 역량으로 강화발전시켰다'며 김 위원장을 우상화했다. 당의 기본원칙을 '당 건설의 계승성 보장'이라고 밝힘으로써 전근대적 3대 세습을 당의 기본적인 임무로 인식했다.
한편, 노동당규약은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의 완전항 승리 이룩'을 '공화국 북반부에서 사회주의 강성대국 건설'로 개정해 경제 실패를 희석하려는 의도를 엿보였다.
대북 소식통은 "개정내용은 3대 세습이란 큰 틀 아래 조항을 바꾸면서 혹시 모를 반란에 대비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북한내부에서도 후계세습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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