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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정몽구 고로 사랑 32년](1) “광양제철소 우리가 짓겠다”

제2제철소 사업 참여 추진
포스코에 밀려 ‘첫 고배’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2010년 1월 5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충남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화입식에 참석해 완공된 고로에 불을 지핌으로써 고로 건설의 꿈을 실현했다.

이날 행사가 열리기까지 현대차그룹은 아버지 고 정주영 명예회장부터 아들 정 회장까지 32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고 했으나 제철사업을 실현하기 까지 정 회장 부자는 수많은 시련을 넘어서야 했다.


지난 32년 역사 속 정 회장 부자의 제철사업 도전기를 정리해 본다.

◆‘정주영이냐, 박태준이냐?’= 1978년 중순.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서 두 거물을 두고 머릿속으로 저울질을 했다. 포항제철(현 포스코)에 이은 제2제철(현 광양제철소) 사업권을 누구에게 줄 것인가를 놓고 갈등에 빠진 것.


그해 4월까지만 해도 당연히 포철이 제2제철 사업자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5월 들어 상황이 역전됐다.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인천제철(현 현대제철) 인수를 선언하고 제2제철 사업권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앞서 정 회장은 어렵사리 인천제철을 인수했다. 인천제철 인수는 정 명예회장이 제2제철 사업권을 가져오기 위해 반드시 성사시켜야 하는 사전 포석이었다. 당시 산업은행은 인천제철의 공개입찰에 참여한 업체가 현대그룹 한 곳 뿐이라는 이유로 유찰시켰다. 그러나 정 회장은 포기하지 않았다. 재입찰에서 그룹 계열사를 끌어들여 복수 응찰하는 동시에 산은이 요구한 것보다 파격적인 인수 조건을 내세웠다. 우여곡절 끝에 인천제철을 손에 거머쥐었다. 효과는 있었다.


인천제철을 인수한 후 박 대통령의 마음이 정 회장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해 여름까지 1년 가까이 대통령을 독대하지 못한 박태준 포스코 회장은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안 보면 멀어진다’는 기우가 박 회장을 괴롭혔다.


당시 ‘제2제철 민영화’를 주창한 정 회장은 “민간 기업이 제2제철을 맡아 국내 철강업의 경쟁체제를 갖추고 경쟁해야 가격도 낮아진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회장은 “포스코는 처음부터 수입 철강에 비해 20~40% 낮은 가격으로 공급해 왔다”며 “좋은 품질의 철강재를 싼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해 한국 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에 기여한다”고 반박했다. 세계 철강업계가 통합하는 추세라는 점도 포철이 제2제철을 가져가야 한다는 이유였다.


◆박태준 회장의 설득, 포스코에게로= 박 대통령의 마음이 정 명예회장 쪽으로 기운다는 소문이 사실처럼 확산되자 박 회장은 대통령을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청와대 비서실 문은 막혀 있었다. 그는 부산으로 출장 나온 최각규 당시 상공부 장관을 조용히 포항으로 오게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포철이 제2제철을 맡아야 한다고 설득했다. 10월초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제2제철 사업권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그런데 청와대 비서실장과 경제수석실은 현대그룹을, 상공부 장관과 건설부 장관은 포철을 밀었다.


그러나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은 결국 박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10월 중순 박 대통령이 박 회장을 청와대로 불렀다. 면담 직전 경제수석이 현대그룹에 사업권을 주자고 박 회장을 설득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양보할 수 없다며 맞섰다.


대통령 집무실에 박 회장이 들어왔다. 고민 중이던 박 대통령이 제2제철소 프로젝트를 탁자에 올리면서 박 회장에게 의견을 듣겠다고 전했다.


이에 박 회장은 “현대가 들어오면 ‘기술자 빼내기’는 뻔하고, 공격과 방어에 돈이 개입되고 결국 공멸할 수 있다”면서 “포스코 하나만 키운다해도 세계 철강업계의 압력을 막아내기가 어렵다”고 설득했다.


박 대통령은 그의 말을 받아 박 회장에게 제2제철 사업권을 줬다. 박 회장은 그것을 대통령이 자신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라고 자신의 회고록에서 밝히기도 했다. 제2제철 사업권은 박 회장에게는 박 대통령의 ‘마지막 선물’이었지만 정 회장에게는 철강의 꿈이 좌절된 ‘첫 번째 고배’였다.


1984년 제2제철 입지로 광양이 확정됐다. 하지만 현대는 광양제철소 ‘건설’에만 참여해야 했다. 사업자가 되고 싶었던 정 회장은 경쟁자인 포스코의 공장을 지어주는 데 만족해야 했다. 그렇게 현대제철은 세인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는 듯 했다. 그러나 정 회장 가슴 속의 용광로는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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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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