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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A의 와해, 대일청구권 자금으로 건립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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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제철소 설립 이야기-①]



포항제철소는 한국 철강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질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포항제철소는 고로에서 철광석과 유연탄을 함께 쇳물을 만들고, 곧바로 각종 철강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일관제철소다. 철의 날인 6월 9일은 바로 포항제철소에서 첫 쇳물을 생산한 1973년 6월 9일을 기념해 제정된 것이다. 하지만 포항제철소 탄생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포항제철소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 및 숨겨진 이야기를 소개한다.



포항제철소 건설 이전 한국의 제철산업은 6.25전쟁 후 건져낸 철 스크랩(고철)을 녹여 철강제품을 만드는 전기로 업체들뿐이었다. 1953년 세워진 대한종공업공사(현대제철 인천공장의 전신)를 비롯해 이듬해 설립된 동국제강과 극동철강(한보철강 전신), 대한제강, 한국철강 등이 모두 전기로 업체였다. 이곳에서 만든 철근과 철선, 못, 볼트, 너트가 전후 복구사업에 유용하게 쓰였지만 실질적인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철강생산을 독립적으로 이뤄낼 수 있는 종합제철소 건설은 필연적이었다. 이에 따라 자유당정부는 1958년 종합제철소 건설을 추진하지만 자금부족에 정국 혼란이 겹치면서 다섯 차례에 걸친 시도 모두 실패하고 말았다.



박정희 정권은 집권후 경제개발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2~1966년)을 성공적으로 추진했다. 이후 제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1967년~1971년)을 준비하고 있던 정부는 본격적인 중화학 공업 육성을 위해 철강산업, 그중에서도 종합제철소 건립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당시 경제사정으로 볼 때 국내자금으로 종합제철소를 짓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국제철차관단’으로 자금 조달= 종합제철소 건립에 다시 시동을 건 것은 1965년이었다. 그해 5월 박정희 대통령이 미국 피츠버그 철강단지를 방문, 코퍼스의 포이(F.Foy) 회장을 만나 이 같은 의지를 설명했다. 포이 회장은 박 대통령의 말에 큰 관심을 보이면서 건설자금은 국제제철차관단을 만들어 조달하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하면서 최대한 협력할 것도 약속했다.



미국의 협조약속을 받은 우리 정부는 일본의 의사를 타진하는 한편 세계은행(IBRD)에도 협조를 구하는 등, 차관도입을 위해 가능한 채널을 총동원했다. 정부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국제차관단을 구성해야 했지만 일본이 딴지를 걸어왔다. 겉으로는 타당성 운운하고 나섰지만 속내는 미국이 주도권을 갖게 된 것에 불만을 갖고 차관단에 소극적인 태도를 밝히다가 결국 불참의사를 밝힌 것이다.



1966년 12월 11일, 일본이 빠진 한국국제제철차관단(KISA, Korea International Steel Associates)이 정식 발족했다. 코퍼스가 주축이 돼 미국의 철강업체인 블로녹스, 웨스팅하우스 등 3개사, 독일 데마그, 지멘스 등 2개사, 영국의 웰먼, 이탈리아의 임피안티에 이어 한 달여 후에는 프랑스의 엥시드가 합류, 5개국 8개사로 구성했다.



KISA는 1967년 1월과 3월에 잇달아 총회를 열고 제철소 규모와 자금 동원 등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다. 대표단이 방한해 타당성 조사도 벌였다. 같은 해 4월 6일 KISA 대표 포이 회장과 장기영 부총리가 ‘종합제철 건설 가협정’을 체결했다.조강 기준 100만t 규모로, 두 차례로 나눠 1970년과 1976년에 각각 50만t 규모의 제철소를 건설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생산규모가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조강규모, 건설자금, 각종 조건 등을 놓고 다시 교섭이 진행돼 본 협정 체결시한인 7월을 훨씬 넘긴 10월 20일, 마침내 KISA와 우리 정부 사이에 ‘종합제철 건설에 관한 기본협정’이 체결됐다.전문 45개 조. 조강 60만 t 규모의 제철소를 1972년 9월에 완공하며, 향후 제철 생산 규모는 300만t급으로 확대한다는 전제로 설계키로 했다. 건설자금은 1억3070만2000달러(외자 9570만2000달러, 내자 3500만 달러). 실수요자는 대한중석이라는 사실도 명시됐다. 1968년 4월 11일에는 포항종합제철(현 포스코)이 창립 기념식을 갖고 제철소 건설을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은 제철소 안된다’ IBRD 보고서로 좌초 위기= 하지만 협정은 주로 기술용역


";$size="300,400,0";$no="2009060714501000091_4.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자금조달 부분이 모호하게 처리돼 돈을 빌려줘야 할 KISA 회원사들의 책임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자금규모와 조달시기, KISA 회원사들 사이의 지원자금 배분 문제 등이 명시되지 않은채 차관 확보를 지원한다는 애매한 문구뿐이었다. KISA 회원사들을 법적으로 구속할 수 있는 조항은 전혀 없었다. 뿐만 아니라 기본설계 후 한국정부와 KISA가 자금조달을 위해 협력하되, 여의치 않으면 상호 아무런 책임 없이 자동 해약하게 돼 있었다. 제일 먼저 이 부분을 지적한 것은 박태준 당시 대한중석 사장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협정체결이라는 성과에 지나치게 급급했다.



협정 체결후 1년 넘게 KISA와 소득 없는 지리한 협상이 이어졌다. 이 기간 동안 외자 1억 900만 달러중 도입이 확정된 것은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를 합해 4300만 달러에 그쳤고, 미국과 서독은 차관공여를 기피하는 듯한 인상을 줬다. 1968년 11월에는 우려가 현실로 닥쳤다. 차관공여 주체인 미국 수출입은행이 세계은행(IBRD)에 한국정부의 차관요청에 대한 심사를 의뢰한 것이다. IBRD는 한국의 종합제철사업에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는데, KISA는 곧바로 IBRD의 전망에 반응을 보였다. IBRD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면서 한국의 제철소는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 대표단과 포항종합제철(현재 포스코) 관계자, 박 사장이 피츠버그로 날아가 포이 회장을 비롯해 KISA 회원사들을 만나 한국의 경제상황과 제철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그들은 “KISA는 제철소 건설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는 말만 들려줬다. 그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수는 없었지만 그들의 약속만 믿고 포항벌 수백만 평에 부지를 조성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박 사장이었다. KISA의 거절에 낙담한 채 돌아오는 길에 이른바 ‘하와이 구상’을 통해 회생의 길을 마련한 것이다. 대일 청구권 자금을 전용, 제철소 건설자금 1억 달러를 마련하는 것이었다. 박 사장은 정부의 동의를 얻어 대일 로비를 벌였다. 일본의 철강업계, 경제계, 정치계 인사들을 만나 한국이 제철소를 짓게 도와야 한다고 설득했다.




";$size="300,400,0";$no="2009060714501000091_5.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그런 와중에 파리 대한국제경제협의체(IECOK, International Economic Consultive Organization for Korea) 3차 총회와 서독·미국을 순방하고 귀국한 박충훈 부총리는 기자회견에서 “KISA 차관계획은 실패했으며, 정부는 포항제철 프로젝트를 백지화할 수도 있다”고 발표했다. 여론은 들끓었다. KISA는 이미 와해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제 방법은 청구권 자금 전용뿐이었다. 숨 가쁜 물밑작업이 이어지고, 마침내 1969년 8월 28일 한일 양국 정부가 종합제철사업 협력원칙에 합의했다.



한편 KISA와의 기본협정은 1969년 9월 2일자로 자동해지됐다. “KISA가 확정재무계획을 제출한 날로부터 200일 이내에 차관을 조달하지 못하면 계약이 자동해지된다”는 계약조항에 따른 것이었다.



9월 4일 KISA의 대표가 계약해지를 알리는 공문을 보냈으며, 닷새 뒤 박 사장은 해지를 인정하는 공문을 보냈다. 수년 동안 KISA와 함께 추진해오던 종합제철 프로젝트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KISA라는 명칭 또한 우리 철강산업사의 무대 뒤로 사라졌다.<자료 제공: 포스코>





정리=채명석 기자 oricm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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