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구제금융으로 ‘보너스 잔치’를 벌이겠다는 금융기업들의 배짱에 화가 났고 미국인들은 그런 기업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에 불만이다.
16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정부로부터 받은 구제금융으로 특별 보너스를 지급키로 한 아메리칸 인터내셔널 그룹(AIG)와 관련, “AIG의 자금 사용내역을 추적해 이를 회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신용경색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지원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AIG는 무절제와 탐욕 때문에 곤경에 빠진 회사"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그는 또 "어떻게 AIG는 자사를 침몰시킨 당사자들에게 혈세로 보너스를 지급할 수 있느냐"며 “이는 몇 달러 몇 센트의 돈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기본 원칙의 문제"라고 한탄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드러낸 분노는 개별 기업에 대한 것 치고는 상당한 것으로 AIG는 상당한 부담을 느낄 것으로 보인다.
괘씸죄에 단단히 걸려든 AIG는 당장 소환위기에 처했다. 뉴욕주의 앤드류 쿠오모 법무장관이 AIG에 대해 보너스를 받을 직원 명단을 요구했기 때문.
그는 명단과 함께 해당자의 직위와 경력, 실적뿐 아니라 근로계약서까지 요구, 이날 오후 4시까지 제출하지 않으면 소환장을 발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씨티그룹 역시 거액의 보상체계가 알려지면서 난처해졌다.
이 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로부터 4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그룹이 비크람 팬디트 최고경영자(CEO)에 지급한 임원 특전, 주식 및 옵션 등의 가치는 3280만 달러에 달했다.
또 팬디트의 보수에서 연봉은 95만8333달러, 기타 보상은 1만6193달러였다. 2007년 12월 CEO 자리에 앉은 팬디트의 이전 연봉(25만달러)과 비교하면 4배 많은 것이다.
미국인들은 거액의 세금을 투하해서라도 이런 월가를 되살려내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이 반갑지만은 않다.
16일 마켓워치는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 미국인의 87%가 구제금융방안에 대해 반감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또 48%의 미국인은 월가에 자신들의 세금을 쏟아붓는 데 대해 크게 반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인 36%는 구제금융안이 적절한 조치라고 생각하지만 이와 별개로 악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했다.
오바마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이날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CNN이 지난 12-15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의 지지율이 지난 2월 대비 12%포인트 하락했다. 2월 초 지지율은 76%에 달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64%로 낮아졌다. 퓨리서치센터의 조사에서도 지지율은 지난달 64%에서 59%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론악화에 발목 잡혀 구제금융안 집행이 미뤄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은행 전문가인 빈센트 레인하트는 “여론 악화를 이유로 의회가 필요한 조치를 강하게 추진하지 않다가는 위기가 오히려 길어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결국 금융권 부실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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