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크롱 '백신 미접종자 성가시게 만들 것' 후폭풍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권재희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들에게 "성가시게 만들 전략"이라고 언급한 것이 논란이 되면서 후폭풍을 맞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4일(현지시간) 오후 9시께 공개된 마크롱 대통령의 인터뷰로, 마크롱 대통령은 일간 르파리지앵 독자 7명과 다양한 주제로 2시간 50분간 질의응답을 주고 받았다.

이 자리에서 프랑스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전략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마크롱 대통령은 "현재 프랑스에서 90%가 넘는 거의 모든 사람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며 "백신을 거부하는 사람은 아주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감옥에 집어 넣거나, 백신을 맞도록 강제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을 성가시게 만들어 그 규모를 줄여나가겠다"고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을 정말로 성가시게 만들고 싶다"며 "그렇기 때문에 끝까지 계속할 것이며 그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백신을 접종하지 않으면 1월 15일부터 식당과 술집, 카페에 갈 수 없으며 극장과 영화관에도 못 간다고도 못 박았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으로 하원의 백신 패스 법안 심의는 제동이 걸렸다. 마크롱 대통령의 전략이 실현되려면 정부가 제출한 백신 패스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지난 3일 밤늦게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해 심의를 중단했던 하원은 이날 다시 논의를 재개했으나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중단됐다.

극좌 성향의 공산당 대표 파비앵 후셀 의원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안을 수정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인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하원에서 우파 공화당(LR)을 대표하는 크리스티앙 자코브 의원은 "백신 접종에 찬성하지만, 프랑스인을 괴롭히겠다는 법안을 지지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경우 경쟁하게 될 대선 후보들도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규탄했다.

공화당이 차기 대선 후보로 확정한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는 "좋은 프랑스인과 나쁜 프랑스인을 구별하는 것은 대통령의 일이 아니다"라며 분노했다.

지난 2017년 대선에서 결선 투표까지 갔던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는 마크롱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천박하고 폭력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는 마크롱 대통령이 스스로 모든 프랑스인의 대통령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음을 증명한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에서는 앞으로 백신 패스가 도입되면 백신을 맞아야만 식당, 영화관, 헬스장, 박물관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들어가거나 비행기, 기차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전날 27만1686명이 새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사상 최다 신규 확진 기록을 나흘 만에 갈아치웠다. 신규 사망자는 351명으로 집계됐다.

권재희 기자 jayful@asiae.co.kr<ⓒ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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