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멜빈 밀워키 브루어스 단장[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최근 메이저리그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소속의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발표한 인사는 많은 야구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덕 멜빈 단장과의 3년 연장 계약이다. 19일 현재 밀워키는 16승 22패로 지구 5위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시점에서 그에게 2015년까지 팀 운영을 맡긴다는 건 참으로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사실 프런트 직원의 동정은 미국에서 그리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멜빈에게는 유독 많은 눈길이 모아진다. 요즘처럼 화려한 스펙을 앞세우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박사, 석사 심지어 학사 학위조차 없는 인물인 까닭이다. 메이저리그 프런트의 높은 자리는 아이비리그 등 주로 명문대 출신들이 꿰찼다. 이 같은 현실에서 고졸 출신의 멜빈은 두 차례나 밀워키와 연장 계약을 맺었다. 이번 체결로 2002년부터 14년 동안 팀을 이끌게 됐다. 멜빈은 학벌도 변변하지 않지만 존 다니엘스(35, 텍사스 레인저스)와 같이 신세대 단장도 아니다. 사회 통념상 은퇴하고도 남을 60살이다. 몇몇 구단주들의 나이보다도 많은 셈. 하지만 그는 1994년부터 2001년까지 텍사스 단장을 역임하는 등 현재까지 18년째 팀 살림을 꾸리고 있다. 참고로 멜빈은 2002년 보스턴 레드삭스의 컨설턴트로 일하다 그해 9월 밀워키와 처음 단장 계약을 체결했다.내세울 것 없는 그가 요즘과 같은 스펙 사회에서 보란 듯이 성공가도를 달리는 비결은 무엇일까. 멜빈은 다른 단장들과 마찬가지로 현장 출신이지만 그곳에서 성공하지 못한 인물이다. 1972년부터 1978년까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뉴욕 양키스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투수로 활약했지만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다. 갖은 노력을 하고도 빅 리그 입성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다른 재주와 노력을 통해 성공을 이뤄냈다. 선수 시절부터 각 구단 선수들의 이동 상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체크하며 실무 능력을 키워갔다. 다른 선수들이 술, 게임 등으로 스트레스를 풀 때 멜빈은 정보 분석에 매달렸다. 인터넷이 없던 그 시절 신문 한 구석에 나온 선수 이적 상황에 하나하나 줄을 쳐가며 어느 시점에, 어떤 선수가, 어느 팀으로, 왜 이동하는 지에 대해 상세하게 분석했다.
덕 멜빈 밀워키 브루어스 단장(왼쪽)이 2005년 1월 10일 밀워키 밀러파크에서 열린 카를로스 리 입단식에 참석해 새 유니폼을 건네주고 있다.[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멜빈은 이 같은 꼼꼼함에 성실함을 더해 신뢰를 점점 높여갔다. 가장 인정을 받은 건 뉴욕 양키스에서 스카우팅 디렉터 보좌역을 맡았을 때다. 조지 스타인브레너 전 구단주의 시도 때도 없는 업무 지시에 늘 성실하게 답변을 준비해 큰 신임을 얻었다. 그는 “(세상을 떠난) 스타인브레너와 일을 하려면 늘 준비가 돼야 했다”라고 말했다. 보고보다 판단에 더 치중해야 하는 포지션에 오른 뒤에도 성향은 달라지지 않았다. 매번 꼼꼼한 준비 및 해결 방안 찾기에 치중해 정답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려 애쓴다. 업무 처리와 더불어 그의 진실한 태도도 스펙을 뛰어넘는 큰 자산이다. 멜빈은 트레이드, 자유계약선수(FA) 계약 등 야구에 대해 누구보다도 많은 정보를 지니고 있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의견을 항상 경청하고 존중한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팀원과 하나가 되려는 노력으로 팀의 자산을 극대화시키는 유능한 단장이라는 평가다. 그래서 멜빈은 대립 관계로도 바뀔 수 있는 직원과 선수단 사이에서 ‘큰 형’과 같은 존재로 불리기도 한다.이런 멜빈은 텍사스 재임 시절 선수단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3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2008년에는 밀워키에게 26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 티켓을 안기기도 했다. 리그 및 월드시리즈 우승 등은 번번이 놓쳤지만 역사가 어두운 팀들을 맡아 가을 잔치에 진출시키는 큰 성과를 올리고 있다. 캐나다 출신인 멜빈은 지난해 겨울 ‘캐나다 스포츠 명예의 전당’ 헌액을 앞두고 이렇게 말했다.“나에게는 대학 졸업장이 없다. 하지만 그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실과 진솔 그리고 선수와 경기에 대한 존경심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밀워키가 2년 연속 지구 탈환에 성공할지는 두고 볼일. 하지만 멜빈처럼 화려한 스펙이 아닌 실무 능력에서 인정받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확산되어야 할 일이다.이종률 전 메이저리그 해설위원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아시아경제 & 재밌는 뉴스, 즐거운 하루 "스포츠투데이(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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