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누르기 방지법 예고한 여당…최대 쟁점 '상증세 개편'
의무공개매수제, 스튜어드십코드 등 소액주주에 힘 실을 듯
개정 상법 시행 앞두고 후속 입법과제도 산적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개정안이 25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이제 시장의 눈은 남은 '지배구조' 현안으로 쏠리고 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을 시작으로 한 상속·증여세 개편은 물론,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거래소·밸류업 제도 보완 등 굵직한 논의가 줄줄이 대기 중이다. 올 하반기 이사 충실의무 확대 등 개정 상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시급히 이뤄져야 할 후속 입법 작업도 적지 않다.
본회의 통과한 3차 상법개정안…다음 최대 쟁점은 '세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1~3차 상법 개정은 각각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지배구조의 기본 틀을 손질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3차 상법 개정에 이은 다음 최대 쟁점으로 세제, 특히 상증세 개편을 첫손에 꼽는다. 현행 제도는 최대주주 할증 평가 등이 적용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과도한 세 부담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배당 확대나 적극적 주주환원 대신 내부 유보를 택하는 등 왜곡된 의사결정을 초래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향후 이어질 지배구조 현안으로 "세제가 중요하다"며 "주가누르기 방지법 외에도 궁극적으로는 상속증여세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경우 당장 정책 드라이브가 걸린 상태다. 해당 법안은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 미만인 상장사에 대해서는 상속·증여 시 '주가'가 아닌 비상장회사 평가 방식(자산+수익 공정가치평가)으로 과세하도록 한 게 골자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도 "주가누르기 방지법 등 해야 할 일이 산더미"라고 추진 의지를 피력했다. 민주당은 해당 법안이 시행될 경우 승계를 위해 주가를 인위적으로 억누를 유인이 사라지는 만큼, PBR 0.8배 미만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주가 제고에 나서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조세 전문가 사이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당장 주가누르기 방지법의 경우 PBR이라는 지표가 절대적이지 않은데다, 오히려 편법을 더욱 강구하게 만드는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에 따라 최대주주 할증 폐지와 함께 장기투자·배당 확대 기업에 대한 조건부 감면, 분할 납부 기간 확대,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예측 가능한 세율 체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1~3차 상법이 지배구조 규율의 채찍이라면, 상증세 개편은 오너들의 왜곡된 의사결정을 줄이는 당근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최고세율 완화는 정치적으로 극명히 갈리는 사안이라 추진하기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이미 중소기업에는 풀어준 최대주주 할증 평가 등을 전반적으로 풀어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과 관련해서도 그는 "2000만원 초과 시 차등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점은 다소 아쉽다"라며 "단순히 부자에 대한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주주 모두에게 이익을 환수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인 만큼 누진세를 적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격적인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대주주들이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유지할 유인을 해소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혀왔다.
의무공개매수제·스튜어드십 코드 등 '소액주주' 힘 실을 듯
여기에 민주당은 의무공개매수제, 스튜어드십 코드 등을 통한 소액주주 권한 강화를 다음 과제로 예고한 상태다. 민주당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 소속 김남근 의원은 이날 유튜브 라디오에 출연해 "소액 주주들이 주총에서 자신들의 제안을 자유롭게 할 수가 없다. (대주주가) 전횡을 하지 못하도록 주주들의 의사를 받아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역시 상법 개정에 이은 추진 과제로 "개미 투자자의 권리를 쭉 향상해 기울어진 운동장을 높이는 것이다. 소액 주주의 권한을 어떻게 강화할지가 (향후) 방향성"이라고 강조했다.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은 지배권 이전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로 평가된다. 대주주가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할 경우 소액주주에게도 동일한 조건의 매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위해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하다. 기관투자가의 책임 투자를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역시 소액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다. 그간 여러 차례 실효성 논란에 휩싸인 만큼 후속 논의가 불가피하다. 이 회장은 "현재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성규범으로, 이행 여부가 법적 의무 사항은 아니다"면서 "일각에서는 이를 법적의무로 격상하고 금융감독원이 점검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향후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구조를 둘러싼 논의 역시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 안팎에서는 일본처럼 의결권 행사를 외부 운용사에 이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거래소 개편과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재가동 역시 시장의 관심사다. 이재명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이 2막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 거래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경우 개정 상법의 안착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간 자율 권고에 그쳤던 밸류업 정책에 일정 부분 강제성을 부여해야 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1~3차 상법개정 이후 후속 입법과제의 조속한 추진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확인되고 있다. 천준범 와이즈포레스트 대표변호사는 "자잘한 후속 입법과제가 엄청 많이 남아있다"면서 "자본시장법상 합병비율을 공정가액 기준으로 명확히 하고, 상법상 현금교부형 포괄적 주식교환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작업이 가장 시급하다"고 짚었다. 상법 개정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자본시장법과의 정합성을 갖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황현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상법 개정에 따른 후속 입법 역시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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